워싱턴DC 인근에 연내 착공
[ 김재후 기자 ] 농심이 미국에 두 번째 공장을 짓는다. 미국에서 급증하는 라면 수요를 맞추고 캐나다와 중남미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서다. 농심 관계자는 10일 “미국 동부 워싱턴DC 인근에 라면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물색 중”이라며 “부지가 확정되는 대로 올해 안에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심은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랜초쿠카몽가에 5만1500㎡ 규모 공장을 세우고 신라면, 육개장사발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신라면 등의 인기가 높아지자 현재는 LA 공장 생산물량이 미 전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농심의 미국법인 매출은 2015년 1억5600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2500만달러로 3년 만에 44.2%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라면시장에서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15%로 3위를 기록했다.
농심은 기존 미국 공장이 서부에 있는 것을 고려해 두 번째 공장은 동부 지역에 짓기로 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2공장은 LA 공장과 비슷한 규모로 총투자비는 약 1억달러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 '辛대륙 정복기'…라면 끓이는 미국인 늘자 동부에 새 거점
월마트·코스트코 등 매출 34% 급증
LA공장 증설했지만 물량 감당 힘들어…캐나다까지 커버 가능한 동부에 공장
美 라면시장 점유율 日 이어 3위…"올해 해외 매출 목표 8억8500만弗"
농심이 미국 동부에 새로운 라면 생산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기존의 로스앤젤레스(LA) 공장만으로 미국 현지의 수요 증가세를 따라가기 힘들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백인, 흑인 등 미 주류(主流) 시장에서 신라면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신라면은 2013년 한국 라면 중 처음으로 미국 내 4000여 개 매장을 갖고 있는 월마트에 입점했다. 이를 토대로 미 백인과 흑인 등 주류 사회가 주로 찾는 월마트, 코스트코, 크로거 등 대형마트에서 지난해 농심의 매출은 1억3200만달러로 1년 전(9850만달러)보다 34% 급증했다. 농심의 지난해 미국법인 매출(2억2500만달러)의 절반을 넘는다. 농심은 한인마트 등에서의 매출보다 미국인이 자주 찾는 마트에서의 매출이 더 많아진 것과 관련해 농심의 브랜드가 확고히 자리 잡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커버 가능
농심은 미국 현지의 수요 증가에 맞춰 지난달 LA공장 증설을 마무리했다. 5개 라인을 1년간 공사한 끝에 6개 라인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연간 라면 생산능력이 5억 개로 확충됐다. 농심 관계자는 10일 “당초 예상보다 미국 시장의 수요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LA공장에 7호 라인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시 당국으로부터 추가 증설은 어렵다고 통보받았다”며 “그래서 미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새로운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이 2억8000만달러인 중국에서는 4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최근 중국법인 매출의 80%까지 올라온 미국엔 공장이 한 개밖에 없다.
농심 관계자는 “미 중부 도시도 알아보고 있지만 앞으로 캐나다 시장까지 고려하면 동부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DC 인근 등의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이 미 동부에 공장을 지으면 LA에서 뉴욕 워싱턴DC 보스턴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동부 주요 도시로의 물류비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해외 진출 더 가속
농심은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국내 라면시장(연간 2조원)이 정체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오뚜기 등 경쟁 업체의 저가 공세 등으로 국내 시장에서 성장 돌파구를 찾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낮은 출생률이 오래 이어지면서 라면의 주 소비층인 10~20대 수가 감소했고, 가정간편식(HMR) 등 경쟁력 있는 식품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국내 라면시장은 정체돼 있다”며 “농심이 미국과 중국에 현지 공장을 확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1971년 미국에 처음 라면을 수출한 농심은 1994년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라면과 과자류를 현지 생산하고 있지만 주력은 라면이다. 농심은 미국 중부와 동부에서 대규모 로드쇼를 열고 판촉 활동을 벌이며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농심의 미국 라면시장 점유율은 2008년 2%에서 지난해 15%로 급등했다. 일본의 도요스이산(46%)과 닛신(30%)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농심 관계자는 “두 번째 미국 공장이 성공적으로 지어져 미국에서 2위의 라면 회사가 되는 게 당장의 목표”라며 “미국을 기점으로 캐나다와 중남미 시장도 차근차근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올해 해외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16% 많은 8억8500만달러로 잡았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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