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의 해외시장 도전기
검색·블로그 등 日서 줄줄이 쓴맛
메신저로 성공…금융 플랫폼 변신
佛 머물며 미래 투자처 발굴 나서
[ 임현우 기자 ] 네이버는 전체 매출의 35%가량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2011년 6월 일본에서 출시한 스마트폰 메신저 ‘라인(LINE)’의 공이 크다. 라인의 월간 실사용자(MAU)는 일본에서만 7500만 명, 세계 1억6500만 명에 이른다. 일본을 넘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간편결제, 인터넷은행, 암호화폐 등으로 기능을 넓히면서 ‘금융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는 해외 사업에서 열매를 맺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을 절치부심했다. 설립 2년차인 2000년 네이버재팬을 설립한 뒤 검색, 커뮤니티, 블로그 등을 잇따라 시도했지만 줄줄이 쓴맛을 봤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국내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해외에서 뭔가 만들어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꼴찌를 벗어나지 못해 발버둥치는 현지 직원들과 밤새 술먹고 괴로워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연이은 실패의 경험은 해외 소비자의 성향을 철저하게 분석하도록 이끄는 ‘자극제’가 됐다. 일본 이용자의 상당수는 라인을 ‘일본 회사가 만든 메신저’로 알고 쓴다. 이 창업자는 “한국의 ‘속도’와 일본의 ‘세심한 서비스’가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 라인의 성공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네이버가 개발한 한류 연예인 동영상 서비스 ‘V라이브’, 카메라 앱(응용프로그램) ‘스노우’, 만화 서비스 ‘네이버 웹툰’ 등도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 중장년층이 애용하는 ‘밴드’는 최근 미국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수업정보 공유 앱으로 쓰이면서 예상 밖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이 창업자가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은 유럽이다. 주변에 “유럽은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라고 자주 말한다. 그는 지난해 네이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라는 직함만 유지하고 있다. 국내보다 프랑스에 주로 머물며 미래 투자처 발굴에 주력한다.
네이버는 2016년 현지 벤처캐피털(VC) 코렐리아캐피털과 손잡고 2억유로(약 26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고 있다.
2017년엔 프랑스의 AI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도 인수했다. 고급 인공지능(AI) 연구인력 80여 명을 보유한 연구소다. 이 창업자는 “A급 인재 확보가 너무나 중요하지만 한국까지 데려오기 어려워 해외 연구소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창업자는 “북미와 유럽은 한 번은 꼭 도전해야 할 ‘꿈의 시장’”이라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후배들에게 의미 있는 디딤돌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反)구글 정서가 강한 프랑스를 거점으로 삼아 공략한다면 유럽은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