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20일…트럼프, 국경장벽 달려가 "비상사태 선포" 배수진

입력 2019-01-11 17:45   수정 2019-04-11 00:00

민주당 지도부와 담판 걷어차고 의회 예산 통과 '장외 여론전'
의회승인 없이 장벽 건설 의지…백악관, 軍에 행동준비 지시
트럼프, 다보스포럼 참석도 취소…펠로시 "가만있지 않겠다" 맞서



[ 주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의 극한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의회 승인 없이 멕시코 국경장벽을 건설할 수 있는 ‘비상 권한’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얘기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20일째로 접어들며 장기화할 조짐이라고 하더라도 의회를 우회할 목적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건 위헌이란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발언은 멕시코 접경지인 텍사스주 매캘런과 리오그란데를 방문해 국경순찰대를 시찰한 자리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지난 8일 대국민 연설, 9일 민주당 지도부와의 담판이 모조리 실패한 뒤 나온 ‘장외 여론전’ 성격이 짙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로 떠나기 전에도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의회와 협력하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비상권한을 쓸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미 대통령은 전시나 자연재해 같은 비상사태 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 승인 없이 국방부 병력과 예산을 투입해 장벽 건설에 착수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 국경에 몰린 캐러밴(중남미 이민자 행렬)이 ‘전시에 준하는 안보위기’라는 논리를 펴왔다.

백악관은 이미 ‘행동 계획’을 짜고 있다. AP통신은 “백악관이 육군 공병단에 예산 전용 가능성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곧바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 그는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벽 없이는 협상도 없다”고 말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눈앞에 다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며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남은 방법은 비상사태 선포 권한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2~25일로 예정된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도 전격 취소했다.

민주당은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의회를 우회할 목적으로 (국가비상사태 선포) 권한을 행사하면 헌법 규범 위반인 동시에 의회로부터 정책 예산을 지원받는 데 실패한 대통령이란 전례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국경장벽 건설을 ‘간판 공약’으로 내세웠다. 올해 예산안에도 최소 57억달러(약 6조4000억원)의 국경장벽 예산을 반영해달라고 의회에 요구했다.

민주당은 부정적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반(反)트럼프 바람’을 타고 하원을 장악했고 지난 3일 새 하원이 열리자마자 장벽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예산안을 통과시켜버렸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하원 예산안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셧다운 사태는 미 동부시간 기준 10일 (한국 기준 11일) 현재 20일째로 접어들었다. 극적 반전이 없는 한 역대 최장 기록인 21일(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12월16일~1996년 1월5일)을 깰 전망이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상당수 연방공무원이 무급으로 일하고 있고, 국립공원과 워싱턴DC 시내 주요 박물관이 문을 닫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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