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호출 앱으로 승부수 던진 택시업계…'승차 거부' 사라질까

입력 2019-01-14 16:11  

카카오·SK텔레콤에 맞설 '착한 택시' 서비스

'티원택시' 20일께 서비스
4개 택시단체 5%씩 공동 출자
목적지 입력 안하고 호출 가능
콜센터와 협업…음성인식도 도입
기사 15만~25만명 모집 기대

카카오와 손잡은 타고솔루션즈
여성 전용 등 프리미엄 서비스도



[ 김남영 기자 ]
카풀(승차공유)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택시업계가 호출 앱(응용프로그램), 프리미엄 택시 등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자체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달에는 카카오T 택시, SK텔레콤 티맵택시에 맞설 대항마 ‘티원택시’를 선보인다. 타고솔루션즈는 쏘카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와 같은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승차거부 없는 ‘착한 택시’를 내건 이들의 시도가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착한 택시’ 내건 택시업계의 호출 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티원모빌리티는 이달 20일 전후로 스마트폰 기반의 티원택시 앱을 내놓고 서비스를 시작한다. 4대 택시 이익단체인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이 5%씩 공동 출자한 스타트업이다.


티원(T-one)이라는 서비스 이름은 ‘택시들이 하나로 뭉친다’는 뜻을 담았다. 카풀 등 승차공유 서비스 도입 찬반논란 속에 택시업계 결속을 다지고, 기술 흐름에 역행한다는 부정적 여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문진상 티원모빌리티 대표는 “기사를 최소 15만 명에서 최대 25만 명까지 모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사용 앱은 이번주 시장에 풀고, 승객용 앱은 티원택시 발대식 직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5만 명이면 티맵택시를 이용하는 기사 수(지난달 기준)와 비슷한 규모다. 25만 명까지 유치하면 23만 명(지난달 기준)인 카카오T 택시를 넘어서게 된다.

티원택시는 후발주자로 나서는 만큼 콜센터와 협업한다. 아무리 앱이 보편화돼도 서울 외 지역에서는 직접 콜센터로 전화해 콜택시를 사용하는 비율이 절반에 달하기 때문이다. 음성으로 목적지 주소를 말하면 바로 인식하는 음성인식 서비스도 도입한다. 장애인을 위한 택시 배차 기능 등을 더할 예정이다.

티원택시는 착한 택시를 표방한다. 기존 택시 호출 서비스에서는 목적지를 넣어야만 택시를 부를 수 있다. 티원택시에서는 목적지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기사들이 목적지를 보고 승차거부하는 부작용을 막는 조치다. 티원모빌리티 관계자는 “서비스 개시 후 착한 택시 캠페인을 통해서도 잘못된 승차거부 문화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티원택시 도입을 택시업계의 승부수로 보고 있다.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에 도전장을 던지는 것이다. 급성장하는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에서 수익을 얻겠다는 의도도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 12월 한 달간 카카오T 택시 월간 실이용자수(MAU)가 1000만 명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승차거부 없는 택시 등 프리미엄 서비스

프리미엄 서비스로 차별화하는 택시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지역 법인택시 업체 50개가 만든 타고솔루션즈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갖춘 택시운송가맹사업자다. ‘웨이고’라는 브랜드로 준비 중이다. 서울시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웨이고 블루’는 승객이 호출하면 승차거부를 못 하는 택시다. 차량공유 업체 쏘카가 운영하는 차량 호출 서비스인 타다와 비슷하다. ‘웨이고 레이디’는 여성 전용 택시다. 여성 승객을 노린 범죄를 막기 위해 택시 기사도 여성만 배치한다. 친절한 서비스를 위해 별도의 교육을 이수한 기사만 합류할 수 있다.

카카오의 맞수가 되겠다고 각을 세운 티원택시와 달리 타고솔루션즈는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타고솔루션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서비스 고급화와 택시 수익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택시산업 혁신을 위한 공동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자체 배차 시스템에 관한 기술적 지원은 물론 카카오T 앱에 타고솔루션즈의 서비스를 들이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풀릴 기미 없는 카카오-택시업계 갈등

택시업계는 생존 전략을 모색하면서도 카풀 도입을 시도하는 카카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여전히 높이고 있다. 택시업계는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가 택시 호출 서비스 사업을 시작하면서 택시 사업자, 근로자, 이용자로 이뤄진 생태계를 어지럽혔다고 지적한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지역 콜택시 시장이 완전히 무너지며 막대한 실업자가 발생하는 등 카카오택시가 끼친 폐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택시업계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카풀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이유에서 택시업계의 반(反)카카오 정서는 더욱 커졌다. 지난달 29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택시단체가 불참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달에도 택시 기사가 분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카풀을 정면 비판하는 유서를 남겼다. 카카오는 카풀과 관련해선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기업에 이용자들이 익숙해져 있다”며 “불친절, 승차거부 등에 대한 반감을 하루빨리 떨쳐내는 게 기존 택시업계의 과제”라고 조언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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