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경영난에 '투자포기' 속출…지방 신규산업단지 조성 '빨간불'

입력 2019-01-14 17:31  

공장증설·설비구축 연기 잇따라

경북도, 4년간 8330억 투자 중단
세종시도 절반 보류하거나 포기
충남도, 42% 공사 시작도 못해

"본업 지키기도 힘겨운 상황
투자금 마련 못해…미룰 수 밖에"



[ 오경묵/김해연/임호범/강태우 기자 ] 민선 6기(2014년 7월~2018년 6월) 사업 확장을 계획했던 지역 기업들이 최근 들어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입주 예정 기업들이 착공을 미루거나 계약을 포기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산업단지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 공작기계 관련 사업을 하는 A사는 4년 전 대구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대구시에서 새로 조성한 대구국가산업단지에 1만3200㎡ 부지를 분양받아 계약금과 3차 중도금까지 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마지막 대금 납부를 앞두고 사업을 포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김해에서 운영하는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계약금 4억원 등 5억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확장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경상북도는 민선 6기 동안 총 63건 10조6528억원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지금까지 9개사가 8330억원의 투자를 포기했다고 14일 밝혔다.

2012년 출범한 세종시 기업들도 투자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같은 기간 투자 유치 실적은 74개사에 1조2525억원(MOU 기준)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공장을 가동하거나 생산설비를 구축 중인 투자 이행 기업은 37개사에 불과하다. 세종시 관계자는 “나머지 37개 기업은 사실상 투자를 보류했거나 포기한 기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충청권에서도 기업 경영 악화와 주변 투자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기업들의 투자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충청남도는 지난 4년간 공장을 신·증설하거나 이전하려는 146개 기업과 2조9638억원을 투자하는 협약을 맺었다. 2015년 이후 77개(53%) 기업이 공장을 착공하거나 준공했지만 62개(42%) 기업은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나머지 7개(5%) 기업은 투자를 포기했다. 도 관계자는 “공장 이전 및 신·증설 시 지원하는 보조금을 받으려면 투자협약 후 늦어도 3년 안에 준공 또는 착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청북도는 지난 4년간 664개 기업과 협약을 통해 39조5575억원을 유치했다. 투자협약한 기업을 포함해 공장을 등록한 3195개 기업 중 103개사가 입주를 보류했다.

수도권 지역은 사정이 다소 낫지만 경기지역에서는 예정된 해외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미국의 G사는 2014년 7월 경기 평택에 5억달러를, 외국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H업체는 2016년 9월 10억5000만달러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지금까지 투자를 미루고 있다. 경북은 구미 국가5, 포항 블루베리, 경산4산업단지 등의 분양률이 30%대를 밑돌고 있다.

경북 경산시 관계자는 “기존 산업단지에서 사업을 확장하려던 기업들이 지금은 본업을 지키기에도 힘겨운 상황이 됐다”며 “기존 산업단지에서 공장을 처분하고 옮기려는 기업들도 공장용지 가격이 낮아지면서 투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 확장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대구=오경묵/창원=김해연/대전=임호범/홍성=강태우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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