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백만장자 된 'CEO 교수' 1만명…韓, 교수창업 벤처 '가뭄에 콩나듯'

입력 2019-01-14 17:43   수정 2019-01-15 18:24

기술창업에 미래 있다

기술창업이 고용·생존율 월등

"창업교수 속물 취급하는 풍토가 문제"



[ 심성미 기자 ] 지난해 인텔에 17조5600억원에 팔린 이탈리아 자율주행자동차 센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모빌아이. 유전자 분석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2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미국 일루미나. 두 회사의 공통점은 기업 가치가 수십조원에 달하고 창업자가 교수 출신이라는 것이다. 모빌아이는 암논 샤슈아 히브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일루미나는 터프츠대 교수팀이 설립했다.

해외 교수 창업의 성공 사례다. 교수 창업을 비롯한 기술창업은 독자적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술보증기금은 최근 보증을 선 7만8000여 개 중소기업 빅데이터를 최초로 분석했다.

그 결과 기술력을 평가받아 벤처인증 혹은 이노비즈 인증을 받은 기업의 평균 고용 인원은 18.2명이었다. 일반 기업(4.5명)의 4배가 넘는다. 5년간 생존율도 84%나 됐다. 일반 창업 기업의 생존율은 34.5%에 그쳤다.

하지만 국내에서 교수 및 연구원 창업 성공 사례는 바이오 분야를 제외하면 찾기가 쉽지 않다. 2007년 12.4%이던 교수·연구원 출신 벤처기업 비율은 지난해 8.3%로 떨어졌다. 1990년대 말 이미 ‘백만장자 교수’를 1만 명 배출한 영국,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졸업생 및 교수 연구원 창업회사가 21만6000개에 이르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교수와 연구원, 대기업 출신 기술직’ 등 세 집단이 성공적 기술 창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독자적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3차원 지도 기술을 완성해 창업한 도락주 티랩스 대표(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이 가운데 교수와 국책연구원처럼 한 분야를 10~20년 연구해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전문가 대부분은 세계 최초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기업 출신이 아닌 교수나 연구원 창업은 활발하지 않다. 그 영향으로 2016년 기준 전체 창업기업 가운데 기술 기반 창업 비중은 10.1%, 이 중에서도 혁신 기술을 가진 벤처 창업은 0.1%에 불과했다. 2017년 기준 코스닥 전체 최고경영자(CEO) 1550명 가운데 교수 출신은 43명으로 2.77%에 불과했다.

교수창업을 가로막는 장벽은 여러 가지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창업하는 교수를 속물로 취급하고 SCI(국제 과학기술논문색인)에 올리려고 논문에만 치중하는 현재 교수 사회의 풍토를 바꿔야 한다”며 “혁신 기술을 제공하거나 직접 창업에 나서는 교수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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