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행진 아파트 상승분 대거 반납
작년 9·13 대책 이후 아파트값이 3억~5억원 가까이 떨어지면서 작년 상승분을 몽땅 까먹은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작년 상승분이 클수록 하락폭도 큰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고가 주택 및 다주택 보유자의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입주물량이 풍부해 서울 집값이 당분간 약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고가·재건축아파트값 작년 초 수준 회귀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13억5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지난해 9월 최고가(18억3000만원)에 비해 4억8000만원 떨어졌다. 작년 연초 최고가(2월·17억2000만원) 수준도 한참 밑돌았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하락폭이 급격해 가족 간 증여 거래일 가능성이 있다”며 “전용 84㎡는 이달 들어서 15억8000만원에 거래됐고 급매물은 15억원 초중반에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와 인접한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59㎡는 작년 12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실거래가가 지난해 최고가(11월·15억2750만원)에 비해 대폭 하락했다. 이 단지 가격은 작년 상승분을 모두 까먹은 것은 물론 2017년 하반기 수준까지 밀렸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1차(2000년)’ 전용 97㎡는 이달 17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최고가인 20억4500만원보다 2억9500만원가량 떨어지면서 작년 연초 수준으로 실거래가가 떨어졌다. 역삼동 ‘대림e편한세상’ 전용 59㎡는 이달 초 13억2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작년 1월 13억5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지난 9월에는 최고 16억원까지 거래됐다. 현재 이 평형의 호가는 13억5000만원정도다. 작년 연초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작년 연초 실거래가에 비해 한참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76㎡는 지난달 17억4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작년 9월 최고 19억1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석 달 새 작년 연초 가격 수준 아래로 떨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76㎡는 현재 14억6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작년 여름 18억 이상에 실거래된 주택형이다. 이 단지 84㎡ 2층은 최근 17억원에 매매 거래됐다. 작년 9월 최고 20억5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작년 초 최고가격인 18억원보다 1억원 가량 떨어졌다.
비강남권 인기주거지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0단지’ 전용 105㎡는 지난 9월 최고 14억4950만원에 거래되며 작년 연초대비 1억5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같은 평형 매물이 13억1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작년 고점 대비 1억3000만원 가량 다시 떨어졌다. 최고급 주거 단지로 알려진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3㎡도 이달 작년 고점(48억5000만원)보다 2억7000만원 정도 낮은 4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북 뉴타운도 1~2억원 급락
강북 뉴타운아파트값도 작년 고점 대비 1~2억원 급락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뛴 마포구(9.87%)에서는 최고가 대비 1억원 이상 내려간 가격에 매매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마포구 아현뉴타운에 2014년 입주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4단지‘ 전용 59㎡는 지난해 11월 10억3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지난 8월 최고가(12억원)에 비해 1억7000만원 떨어진 수준이다.
지난달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 전용 59㎡는 6억757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9월 최고 8억5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작년 2월 거래가격(6억8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같은 달 아현동 ‘래미안공덕5차’ 전용 59㎡도 작년 최고가 보다 9000만원 떨어진 9억4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청량리역사개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신설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전농답십리뉴타운 일대 아파트값도 1억원 이상 떨어졌다. 2014년 입주한 답십리동 ‘래미안위브’ 전용 84㎡는 지난달 9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9월 최고가에 비해 1억2500만원 하락했다. 지난달 전농동 ‘전농SK’ 전용 84㎡는 작년 9월 최고가보다 5400만원 낮은 6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2015년 준공한 ‘래미안영등포프레비뉴’ 전용 84㎡는 이달 9억1500만원에 손바뀜하며 작년 2월(9억200만원)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9월 최고 11억2500만원에 거래된 평형이다. 1997년 입주한 신길동 ‘한성’ 전용 134㎡는 지난달 8억원에 매매됐다. 작년 9월 8억9800만원까지 거래됐으나 석 달 새 8월 수준(7억9000만원)으로 회귀했다. 신길동 H공인 관계자는 “작년 연말부터 시세보다 1억원 떨어진 급매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 9·13 대책 이전에 11억원 넘게 팔리던 매물들이 9억원대로 주저앉았다”고 전했다.
◆“급매도 안 팔려”
거래가 급감하면서 급매물도 쉽게 소화되지 않고 있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총 5861건이다. 2017년 같은 기간(1만4695건)에 비해 60%가량 감소했다. 2016년의 4분의 1 수준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래 절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4월 공시가격 발표를 앞두고 강남권 고가·재건축의 보유세 폭탄이 예고되면서 이들 단지 소유자가 받는 매각 압력이 높아졌다”며 “공시가격이 모두 발표되는 오는 4월을 분기점으로 서울 주택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 부담 급증, 대출 규제 등 약세장을 유발한 요인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지금의 하락세나 거래절벽이 올해 내내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전철 신설 등 호재가 곳은 국지적으로 거래량을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규 입주가 많아 전셋값도 어느 때보다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에서 5만1955가구가 입주한다. 지난해 2배 수준이다. 실거래가 하락폭이 비교적 큰 서울 동남권 입주물량이 2만5422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내년에도 동남권 1만2000여 가구를 비롯해 총 4만1314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전셋값 안정이 집값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윤아영/구민기/이주현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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