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사태 下]2차 파업 두고 여론 악화…"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입력 2019-01-15 11:27  


KB국민은행의 노사 협상이 잇달아 결렬되면서 2차 파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차 총파업으로 여론이 등을 돌린 가운데 설 연휴 직전으로 예고된 2차 파업은 여론에 더 치명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 내부에서도 추가 파업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노조)는 오는 31일과 다음달 1일 이틀에 걸쳐 2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 13~14일 임단협 타결을 위해 집중교섭을 벌였으나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전날 오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사후조정을 접수했다. 사측은 이를 심사숙고 중이다. 노사가 모두 동의해야만 사후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노조와 사측은 2차 파업을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1차 총파업으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지난 8일 경고성 총파업을 진행했다. 노조 추산 9000여명의 은행원이 불평등 해소를 주문하며 19년 만에 총파업에 나섰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고객을 볼모로 제 밥그릇 챙기기에 나선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총파업 당일 국민은행의 한 지점을 찾은 60대 여성 고객은 "은행원들보다 돈 못 버는 사람이 많은데, 평균 연봉이 1억원에 달하는 은행원들이 파업이라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2017년 기준 국민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9100만원. 비조합원인 지점장과 부지점장급 직원들의 억대 연봉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최상위 수준이다. 같은 해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3475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2.5배 많다.

노조의 파업은 청년층의 공감도 사지 못했다.

자신을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한 20대 남성 고객은 "일한 만큼 돈을 받는 것이 시장의 원리지만, 은행원들은 이미 고액 연봉과 성과급을 받고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란 말도 있지 않느냐"며 "고객이 피해 볼 것을 뻔히 알면서도 처우 개선을 위한다는 이유로 고객을 볼모로 잡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대학생들이 뽑은 '꿈의 직장' 중 하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자료를 보면 국민은행은 삼성전자, 한국전력공사 다음으로 국내 대학생의 취업 선호도가 높은 기업으로 조사됐다.

노조의 파업이 저연봉자는 물론 일자리 구하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청년층에도 위화감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는 보상을 하라고 요구하지만 이미 국민은행은 성과급 300% 지급을 약속했다"며 "이번 파업으로 화제된 것은 은행원들의 높은 연봉과 성과급일 뿐, 그 어떤 것도 득을 본 것이 없다"고 얘기했다.

이에 은행 내부에서도 추가 파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파업 결의대회와 총파업에 참여했던 한 직원은 "페이밴드(호봉상한제) 제도 폐지나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요구에는 공감하지만 추가 파업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외부에서 은행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계속 나빠지고 있고, 지점을 비워두고 파업에 나가는 것도 힘든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과 노조가 한 걸음씩 양보해서 화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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