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진 기자 ] “경찰은 그 어떤 조직보다 인사가 전부인 곳이다.” 처음 경찰 출입을 맡게 됐을 때 주변에서 들려온 말이다.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현상을 보게 됐다. 경찰은 매년 인사철이 되면 조직 내 공기가 달라질 정도로 구성원 전체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경찰 간부가 공개적으로 인사 결과에 불만을 제기하고, 경찰청장이 이를 경고하는 일은 어쩌면 일찌감치 예고된 사태일지도 모른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지만 경찰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하다. 하위직이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독특한 인력구조 탓이다. 국가 일반직 공무원(1.28%)과 비교하면 상위직 비율(0.06%)이 극히 적다. 수사권 조정으로 기싸움을 벌이는 검찰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다. 약 4000명 검찰 조직 내 차관급은 검사장 42명에 달한다. 반면 15만 명 경찰 조직 내 차관급은 경찰청장 1명뿐이다. 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하면 퇴직해야 하는 직급 정년 제도는 승진에 대한 집착을 더욱 압박한다.
이 때문에 인사철만 되면 도서관에 틀어박힌 채 시험 준비만 하는 경찰이 즐비하다. “치안은 내팽개치고 시험 공부만 한다”는 비판은 되풀이되지만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 바늘구멍을 뚫고 승진하지 못하면 40대에 퇴직해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이런 경찰 행태를 비난만 하기도 어렵다.
이번 경찰인사를 두고 내부에서는 “승진하면 안 되는 사람이 승진한 일은 없다. 다만 승진해야 할 사람이 못하는 사태는 언제나 있다”고 말한다. 자리는 적고 사람은 많으니 벌어지는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보고서는 이미 숱하게 나와 있다. 공통된 결론은 다른 공무원 조직 비율만큼이라도 상위직을 늘리는 것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예산을 늘려야 하고 여론의 지지도 얻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는 매년 문제가 터져도 어물쩍 넘기려고만 한다.
경찰은 이 사회의 치안을 책임지는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업무를 담당한다. 인사에 매달려 조직이 흔들리고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분명 사회적 손실이다. 그들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불합리는 제거해 주는 게 정부 역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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