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또 돌아온 '스카이(SKY)'…감성은 팔리지 않는다

입력 2019-01-17 08:01   수정 2019-06-07 15:21

국내 피처폰 전설 스카이, 상반기 2종 출시
2016년 재기 실패 후 3년만에 재시도
싼 가격과 감성 마케팅으론 살아남기 어려워
구형 프리미엄폰, 중국 저가폰과 경쟁 불가피
아날로그 감성, 최신 트렌드 놓치지 말아야





Don't cha~ Don't cha~.

2016년 6월 팬택 스카이 아임백(IM-100) 공개 기자간담회. 푸시캣돌스의 ‘돈 차(Don't cha)’ 후렴구가 퍼지자 침대에 누워 자던 남자(배우 박기웅)는 깨어나 자신도 모르게 맷돌춤을 춘다. 씨익 미소를 짓는 남자에 이어 ‘I’m Back’(내가 돌아왔다)이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SKY'라는 로고와 함께.

30초 분량의 티저 광고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기자도 반가웠다. 오돌오돌 닭살이 돋았다. 한 때 좋아한 노래를 우연히 듣고 잊었던 옛 감정이 떠오르는 기분. 잊혀졌던 스카이는 그렇게 다시 세상에 나왔다.

스카이 브랜드는 500만대 넘게 팔린 팬택의 대표 인기 제품이다. 비싼 가격으로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며 국내 피처폰 대중화를 이끌었다. 스카이는 한발 앞서간 디자인과 세련된 이미지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했다. 이런면들은 현재의 애플과 많이 닮았다. 당시 아임백이 30~40대 층의 향수를 자극하며 부활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냉정했다. 소비자들은 감성에 지갑을 열지 않았다. 광고 음악과 모델, 브랜드 모두 10년전 그대로였지만 제품이 달랐던 게 문제였다. 아임백은 당시 약 13만대가 팔리며 목표치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후 팬택이 매각되며 스카이는 정말 추억으로 남겨지는 듯 했다.



그 추억이 또 꺼내졌다. 최근 한 휴대폰 유통업체는 팬택과 협약을 맺고 5년간 스카이 브랜드 독점 사용권을 따냈다. 본사 연구진 일부와 서비스센터 인력도 모두 흡수키로 하고 올 상반기 폴더폰 1종과 스마트폰 1종을 제조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단말기 유통은 알뜰폰과 자급제 방식이다.

폴더형의 피처폰이 10~20만원대, 스마트폰이 10~30만원대로 가격이 싸다. 한국에서 제품을 설계하고 중국 제조업체가 단말기를 만드는 형태인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이어서다. 그러나 현재 저가폰 시장에서 가격만으론 성공하기 어렵다. 싼 가격과 감성 마케팅이 전부라면 곤란하다. 이미 시장엔 싸면서 성능까지 좋은 제품이 차고 넘친다. 특히 스카이처럼 재기를 노리는 경우라면 남다른 '한 끗'은 필수다.

국내 저가 스마트폰 시장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버티고 있다. 이들은 탄탄한 저가 라인업은 물론 강력한 브랜드 파워까지 갖췄다. 소비자 신뢰도가 높단 얘기다. 최근 중국산 저가폰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샤오미의 포코폰, 화웨이의 노바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스카이 신제품이 자급제폰이라 할지라도 비자급제폰(통신사 출시폰)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철 지난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은 그만한 가격 경쟁력이 있어서다. 현재 일부 판매업체들은 갤럭시S8, V35 등을 공짜폰으로 내걸고 있고 갤럭시S9 플러스는 20만원대에 팔고 있다. 요금제에 따른 제약이 있다해도 비용면에서 스카이폰과 차이가 크지 않다. 때문에 고스펙 스마트폰을 싸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겐 구미 당기는 선택지가 되고 있다.

국내 유통망 확보도 문제다. 새로운 스카이폰은 국내 이동통신3사 및 알뜰폰 사업자에 공급을 추진중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2016년 당시 아임백은 LG유플러스에선 팔지 않았다. 팬택은 사업자 세곳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론 LG유플러스를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이 살 곳 조차 부족했다. 당시 팬택 본사 차원에서 스카이 부활을 추진했는데도 판로 확보는 여의치 않았다. 더군다나 이번엔 중소 규모의 유통업체가 판매를 주도해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카이는 어떤 강점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할까. 우선 제품 자체로 임팩트를 보여줘야 한다. 스카이의 네임밸류를 제대로 업으려면 디자인과 성능 모든 면에서 아날로그 감성과 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추억팔이에 그치지 않도록 '특별함'을 담아 스카이를 반가워하는 이들을 구매자로 끌어들여야 한다.

제품 외적인 부분에선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차별화된 프로모션이 필요하다. 판매자 측은 휴대폰 유통업체의 장점을 살려 프로모션을 기획해야 한다. 이번 스카이는 자급제폰으로 나와 아무래도 액세서리 제공이 원활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을 위해 판매자 측이 배려해야할 부분이다. 또 통신3사 공급시 예전에 스카이폰을 사용했거나 중고폰을 반납하는 고객에게 데이터를 더 주는 혜택도 고려해볼만 하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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