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가 한글로 쓴 '자경전기' 미국서 환수

입력 2019-01-17 09:51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1822~1844)가 한글로 남긴 '자경전기(慈慶殿記)'가 국내로 돌아오면서 관심이 쏠린다.

조선 22대 왕 정조는 1777년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창경궁 양화당 옆 작은 언덕에 전각을 지었다. 전각에는 자전(慈殿·임금의 어머니) 장수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자경전(慈慶殿)으로 이름 붙였다.

정조 아들 순조는 1808년 효의왕후(정조 비) 명을 받들어 자경전 유래를 설명하는 '자경전기'를 지었다. 이후 순조와 순원왕후 사이에 태어난 막내딸 덕온공주 또한 어머니 명에 따라 한문으로 된 '자경전기'를 한글로 옮겨 썼다. 원문에 토를 달아 한글로 쓰고 이어서 우리말 번역문을 적었다.

문화재청은 '자경전기'를 비롯해 덕온공주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온 한글자료 68점을 지난해 11월 미국에 사는 후손으로부터 매입해 16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공개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국립한글박물관이 협력해 환수한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는 덕온공주와 양자 윤용구, 손녀 윤백영(1888∼1986) 등 왕실 부마 집안에서 3대에 걸쳐 전해진 책, 편지, 서예 작품 등으로 구성됐다.

가장 돋보이는 유물은 단아한 궁서체로 쓰인 '자경전기'다. 덕온공주 어머니 순원왕후 글씨와 대조시 결구, 획 흐름 등이 흡사한 점과 윤백영이 서책 마지막에 '덕온공주가 어머니 명을 받들어 직접 쓴 글'이라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은 공주 친필이라는 점에 설득력을 더한다. 글씨는 빼어나지만, 같은 글자를 반복해 쓰는 등 잘못 쓴 흔적도 보인다.

국어학자 이종덕 박사는 "정말 공주가 쓴 것일까 싶을 정도로 글씨가 뛰어난데, 어머니 글씨를 어려서부터 보고 배운 뒤 쓴 친필로 보인다"라면서 "옮겨쓴 시기를 특정할 수 없으나 10년 이상 글씨를 단련한 상태로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자경전기'는 혜경궁 홍씨부터 정조, 효의왕후, 순조, 순원왕후를 거쳐 덕온 공주까지 대를 이어 효로써 봉양하고자 했던 왕실의 효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도 높다.

박준호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선 왕실 한글문화를 살필 수 있는 유물들이다. 여성들의 의사소통과 생활에서 한글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실증적으로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덕온공주 인장 등 관련 유물을 다수 소장한 국립한글박물관에 이들 자료를 이관할 계획이다.

한편 덕온공주는 인기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이 분했던 주인공 효명세자의 막냇동생이다. 그는 열다섯되던 해 양반가 자제 윤의선과 혼례를 올렸지만 결혼 7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은 없었으며 대신 윤용구(1853∼1939)를 양자로 들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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