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카카오톡으로 과태료 고지를 받고 자율주행 로봇이 배달하는 치킨을 먹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17일부터 시행되면서 그동안 규제에 가로막혀 있던 제품과 서비스의 출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근거법인 산업융합촉진법과 정보통신융합법이 이날 발효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시행 첫날부터 기업들로부터 총 19건의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받았다. 모두 현행 법과 제도에서는 출시가 불가능한 사업이다.
대표적인 신청 내용을 보면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율주행 배달로봇에 대한 실증특례를 추진 중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제품·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규제를 면제하는 실증특례와 일시적으로 시장 출시를 허용하는 임시허가로 구분된다. 우아한형제들은 규제 샌드박스의 신속처리 절차를 통해서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 등 관련 규정을 확인했다. 대학이나 연구소 등 한정된 지역에서 배달로봇을 시험할 계획이다.
KT와 카카오페이는 공공기관이 종이 우편으로 보내던 고지를 카톡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를 위한 임시허가를 신청했다. 현재는 모바일 전자고지를 하기 위해 필요한 규정이 '정보통신망법' 등에 갖춰지지 않아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임시허가를 받으면 서울시의 과태료 고지나 도로공사의 하이패스 미납 고지를 카톡으로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서울 시내 5개 지역에 수소차 충전소 설치를 위한 임시허가와 실증특례를 요청했다. 도심 수소충전소 설치는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등 바꿔야 할 법이 많다. 규제 샌드박스 시행 전에는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해 관계자가 많거나 논란이 되는 사안은 법 통과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한국전력은 고객으로부터 수집한 방대한 전력 사용 데이터를 활용한 에너지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구상이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제약이 있다. 한전은 데이터에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비식별 정보'를 활용한 '전력데이터 공유센터'에 대한 실증특례를 요청했다.
버스나 오토바이에 LED 패널 등을 달아 광고를 하는 '디지털 사이니지 버스 광고'는 '옥외광고물법' 등에 걸려 실증특례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외송금서비스, 전기차 충전을 좀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과금형 콘센트'와 '스마트 전기차 충전 콘센트', 유산균 생균인 프로바이오틱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화장품, 온라인 폐차 견적 비교 서비스,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등도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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