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봉화 엽총 난사' 사건의 70대 피고인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손현찬 부장판사)는 16일 살인과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모(78)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열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치밀하게 준비해 저지른 범행으로 피해자 유족과 국민들을 정신적 충격에 빠뜨렸지만 천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고령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감형하는 것은 아니고 양형기준과 배심원 의견 등을 종합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김씨와 국선변호인은 재판에서 '계획적으로 범행한 점' 등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소천파출소와 소천면사무소 공무원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해 범행을 하게 된 점을 양형에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정당한 동기 없이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했다. 범행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유지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피고인을 선처하는 판결이 나면 안 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피고인 김씨는 마지막 진술에서 "안중근 의사가 목숨을 바쳐 민족의 원수를 죽였듯이 나도 망해가는 나라를 구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 위해 30명가량을 죽이려고 했다"는 등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김씨는 마지막 진술을 미리 종이에 정리해와 30여분에 걸쳐 읽어내려갔고 사건과 큰 관계가 없는 내용이 이어지자 재판부가 중단시켰다.
김씨 마지막 진술이 끝난 뒤 범행으로 숨진 소천면사무소 손모(당시 48) 계장의 아내가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요청해 "피고인이 고령이나 장애, 질병이 있다는 이유로 감형될까 두렵다. 법에 따른 처벌을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8월 21일 오전 9시 13분께 소천면사무소 현관에 들어와 공무원 2명을 향해 산탄 3, 4발을 발사했다. 이들은 가슴에 총탄을 맞아 소방헬기와 닥터헬기로 후송했으나 도중에 두명 모두 숨졌다.
김씨는 면사무소 도착 15분 전 약 3.8㎞가량 떨어진 소천면 임기리의 한 사찰에서 승려에게도 엽총을 발사, 어깨에 총상을 입혔다.
4년 전 봉화에 귀농한 그는 상수도관 설치공사 비용과 수도사용 문제, 화목 보일러 매연 문제 등으로 이웃과 갈등을 겪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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