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관 취업문 닫혔다"…역차별에 뿔난 수도권男

입력 2019-01-17 17:30  

45%는 지역에서 뽑고…35%는 여성인재 채용

'지역인재 할당'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수자원公 신입 45% 지역서 뽑아
필기시험 합격해도 할당에 밀려…면접 기회조차 박탈 당해

"우리 일자리는 어딨나" 논란 증폭



[ 심은지 기자 ] 한국수자원공사가 올해 신입사원 모집에서 비(非)수도권 지역인재를 전체의 45%, 여성은 35% 채용하도록 목표제를 운영한다. 지역균형발전, 양성평등 등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조치라지만 수도권 대학 출신 남성들은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다른 공공기관들도 ‘2022년까지 지역인재 채용 비율 30%’라는 정부 목표에 따라 지방대 학생들에게 우대 혜택을 주고 있지만 수자원공사는 지역과 여성 할당 비율을 크게 높여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커트라인보다 5점 낮아도 합격

17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올 상반기 일반직 신입사원 공채에서 전체 선발 인원의 45%는 비수도권 지역인재를, 35%는 여성을 뽑는 채용목표제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출신 및 여성 지원자는 1차 필기시험에서 합격선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목표 비율에 맞게 2차 면접 기회를 얻는다. 예컨대 2차 면접 대상이 100명인데 1차 필기시험에서 비수도권 대학 출신이 20명밖에 통과하지 못하면 25명을 추가로 합격시키는 방식이다. 비수도권 지역인재는 대학 최종학력을 기준으로 서울·경기·인천 지역을 제외한 지방대 출신을 의미한다.


수자원공사는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공공기관 중 하나다. 매년 300명 안팎의 정규직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공사 관계자는 “목표 비율이 있더라도 필기 합격선 대비 5점 이내까지만 면접 기회를 주기 때문에 공정성이 크게 저해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은 “1, 2점에 당락이 결정되는데 출신 대학만으로 5점씩이나 봐주는 건 심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30% 할당제’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다. 정부는 작년부터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은 이전 도시 지역 인재를 신규 채용 인원의 18% 이상 뽑도록 의무화하고 이 비율을 올해 21%, 내년 24% 등 매년 3%씩 올리기로 했다. 2022년까지 지역인재 채용 비율 30%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합격점보다 3점 이내에서 ‘지역인재 18% 채용 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도 합격점 대비 3점 범위에서 지역인재 목표 비율을 22%로 삼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전력기술도 각각 18%, 20%의 지역인재 채용목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저기 할당…수도권만 불이익”

정부 방침이더라도 수자원공사의 지역인재 목표 비율 45%는 과하다는 반응이다. 수자원공사는 2014년부터 비수도권 지역인재 목표 비율을 40%로 운영하다가 작년 하반기 5%포인트 더 늘렸다. 공사는 “인사혁신처 등 정부 방침에 따라 채용목표제를 운영한다”고 했지만 인사처 관계자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국가 공무원 채용 시 지방대 출신 합격자 비율을 5급 20%, 7급 30%에 맞도록 추가 선발할 뿐 따로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서도 “2022년까지 30%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외에 다른 건 없다”며 “지방대육성법에 공공기관 신규 채용 인원의 35%를 비수도권 지역인재에 할당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있는데 의무조항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채용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 대학을 나온 한 취업준비생은 “집과 가족이 지방에 있는데도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건 타당하지 않다”며 “공공기관들이 고졸, 전문대, 지방대 등 여기저기 다 할당해 주면 우리는 어떻게 일자리를 얻냐”고 하소연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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