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성미가 미혼모 시절 심경을 고백한 가운데, 아이의 아빠로 알려진 가수 김학래의 "난 원치 않는 임신이었다"라는 예전 해명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이성미는 지난 16일 방송된 TV조선 예능 '두 번째 서른'에 출연해 자신이 서른 살에 입었던 옷을 다시 입어 보며 '첫 번째 서른'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성미는 "내 첫 번째 서른은 인터넷 기사로 확인하면 된다"라며 "당시 큰 사고를 쳤었는데 너무 아팠다"라고 미혼모로 살면서 겪었던 고통을 고백했다.
이성미는 1980년 'TBC 개그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던 때 1980년대 미혼모가 되면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유교적 가치관이 팽배했던 때라 결혼도 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엄청난 손가락직을 받게 되는 이슈였다.
이성미는 미혼모가 된 이후 방송가에서 퇴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후 활동이 뜸해졌던 이성미는 잡지사 기자를 만나 1993년 결혼했다. 이성미는 남편과 캐나다로 건너가 생활하기도 했다.
이성미는 2009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혼모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여자 연예인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라며 "사람들이 무서웠다.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부풀려 이야기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이성미의 '두 번째 서른' 고백 후 과거 가수 김학래가 임신과 관련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던 일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학래는 지난 2010년 자신의 블로그에 "20년 전 과거사의 진실을 고백한다"라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참으로 추한 욕은 다 먹고 산 것 같다. 제게는 그런 일 조차 없었고, 저는 그런 사람 절대 아니다"고 주장하며 "저는 그 반대로 깊이 생각한 후 남자답게 모든 부작용의 결과를 다 안고 희생적인 결단을 내렸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과거 스캔들을 언급하며 "그녀는 당시 유명 인기 연예인이었고 해서, 사랑의 상대지만 진지하게, 존중하며 사귀었다", "저는 과거의 그녀와 깊은 이성 관계였지만 결혼 약속은 결코 없었다", "임신은 저에겐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헤어진 후 약 3개월 되어갈 쯤 통보 받았다. 이미 이성적 감정이 정리된 입장이라 서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합의해 결정했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김학래는 그동안 침묵한 이유에 대해 "어른들의 부족한 행동으로 태어난 아이를 위해 언론을 통해 변론하는 걸 자제했다"며 "아이의 임신은 내가 허락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출산을 반대한 죗값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아이 앞에 도덕적 죗값을 치르고자 공식 무대 활동을 포기했다"라고 설명했다.
논란으로 떠오른 대목은 "임신은 내가 허락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출산을 반대했다"라는 대목이다.
쌍방간의 합의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일지라도 두 사람은 어떤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것일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임신과 출산은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남자도 같이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남성이 반대했다 해도 여성가 출산했다면 남성은 자신의 자녀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결혼을 하면 좋겠지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남성은 출산한 아이에 대해 양육비를 부담해야 한다"면서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소송으로 청구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거 양육비도 소급해서 청구할 소지가 있다"라고 했다.
조기현 변호사 또한 김학래의 발언에 대해 "남녀간 합의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임신했다면 반드시 낳아야 하고 출산 후에는 친부로서 양육의 책임이 있다"라고 거듭 밝혔다.
조 변호사는 "출산을 선택할 권리는 없다. 낙태는 불법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임신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라면서 "아이 양육비를 부담할 책임은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있지만 김학래·이성미의 경우 이미 1980년대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금전채권이 소멸됐다고 봐서 양육비 청구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금전채권은 소멸시효가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10년이 넘어가면 청구할 수 없게 돼 있다는 것.
조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 출산을 하게 됐는데 남성이 친부임을 확인해 주지 않을 경우 그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인지청구의소(혼외자가 내 자식이라는 걸 인정받는 것)를 제기한다"라며 "남성이 아이 아버지라는 걸 확정 판결 받으면 얼마든지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수십년이 지난 일일지라도 자녀가 인지청구의소를 제기하면 양육비는 못받아도 상속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이하 당시 김학래가 남긴 글>
20년전 과거사의 진실을 고백합니다
용기 내어 이글을 올립니다.
(중략)
그동안 가수 김학래에 대한 대부분의 대중인식은 이러했던 것 같습니다.
사귀던 여자에게 결혼 약속 해놓고 도망간 xx놈!
임신 시켜놓고 무책임하게 도망간 파렴치한 놈!
여자 쉽게 사귀고 버린 날라리 같은 놈!
일 저지르고 무책임하게 새 여자에게 도망간 놈!
많은 세월동안 한마디 해명 못하는 것이 잘못을 인정하는가 보네? 등등
참으로 추한 욕은 다 먹고 산 것 같습니다.
여러분 제게는 그런 일 조차 없었고, 저는 그런 사람 절대 아닙니다.
당시에 너무나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던 제가
좋은 생각으로 좋은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어 부르던 제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중략)
●첫 번째 : 그녀는 당시 유명 인기 연예인이었고 해서, 사랑의 상대지만 진지하게, 존중하며 사귀었습니다.
●두 번째 : 저는 과거의 그녀와 깊은 이성 관계였지만 결혼 약속은 결코 없었습니다.
●세 번째 : 저는 그녀와 이상이 맞지 않아 신중하게, 진지하게, 힘들게 헤어졌습니다.
●네 번째 : 임신은 저에겐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헤어진 후 약 3개월 되어갈 쯤 통보 받았습니다. 이미 이성적 감정이 정리된 입장이라 서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합의하여 결정하였습니다.
●다섯번째 : 지금의 내 아내는 그녀와 깨끗이 정리된 후 사촌 형과의 지인으로 알게 되어 만난사람입니다.
(중략)
그리고 제가 20년을 침묵하게 된 동기는
●첫 번째 : 어른들의 부족한 행동으로 죄 없이 태어난 과거 그녀의 아이를 위해서였습니다.
아이 엄마가 직업을 잃지 않고 경제권을 지켜 아이와 함께 무난히 살아가기를 바랐습니다.
만약 나도 살기위해 매스컴을 통해 변론을 하는 것은 그녀의 명예와 경제권을
힘들게 하는 행동이라 생각하여 지금까지 자제해왔습니다.
●두 번째 : 이미 각자의 길을 가야하는 결과로 마무리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임신 통보에 출산 포기를 그녀와 평화롭게 합의 했지만, 그 후 출산은 그녀의 일방적 선택으로 진행 됐고, 그 이유로 팬들에게 실망을 드린 죄와 출산을 포기한 죄 값을 치루고자 공식적 가수 활동을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세 번째 : 결혼해서 태어난 지금의 제 아들이 아빠 과거의 일로 어린나이에 상처 받고 잘못될까하여
어른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이해 할 수 있는 성인이 될 때까지 비밀리에 기다리고 싶었습니다.
◆법알못 자문단 =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위 법적 자문은 사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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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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