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하기로 유명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갑자기 판매 늘어난 이유는?

입력 2019-01-18 16:28  



(윤정현 문화부 기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너무 어렵다고 얘기하는 아들에게 엄마는 말합니다. “읽지 마, 때려 치워. 토론도 좋지만 일단 재미가 있어야지.”

니체의 대표작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가장 많이 팔린 독일 철학서입니다. 니체의 후기 철학으로 본격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책이기도 하지만 난해하기로 유명하죠. 그런데 온라인서점 인터파크에서 최근 이 책의 판매가 두 배로 늘었다 합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SKY캐슬’에 등장한 덕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재미없는 책’으로 찍혔지만 현실에서는 그래서 더 몸값이 높아졌습니다. 이 책이 드라마에서 입시 논술을 위해 결성된 스카이캐슬 입주민 독서모임 ‘옴파로스’의 독서 토론 선정 도서로 언급됐기 때문입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도 함께 출연했습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이기적 유전자'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주제로 한 독서토론 장면이 방송된 이후 한 달간 판매량은 각각 10%, 100% 이상 증가했습니다.

출판시장은 침체됐고 독서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미디어셀러’의 강세는 여전한 모습입니다. 양단비 인터파크 문학 상품기획자(MD)는 “드라마에서 책이 비중있게 다뤄지면서 독자들의 관심이 더 커졌다”며 “드라마에 등장한 장면과 구절 등이 SNS 상에서 빠르게 회자되면서 미디어셀러의 위력을 한번 더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KY캐슬’뿐만 아니라 ‘남자친구’에 모습을 드러낸 책들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달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박보검과 송혜교를 한층 더 가깝게 만들어준 매개체는 나태주 시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였습니다. 덕분에 지난 2015년 출간된 이 시집은 최근 역주행 중입니다.

인터파크 1월 둘째주 기준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7위, 시·에세이 부문에서는 2위에 올라 있습니다. 이 드라마 1회에서 박보검이 읽은 박준 시인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와 김연수 작가의 소설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방송일 직후 한달 간의 판매량이 직전 동기 대비 각각 266%, 1066% 이상씩 뛰기도 했습니다. 김연수 작가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지난 2일 박보검의 내레이션으로 일주일 간 6600%나 판매량이 증가했습니다.

대부분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책들은 출판사의 PPL(Product Placement, 제품 협찬)이 아니라 작가의 취향에 따른 선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덕분에 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판매량이 늘고 있으니 고무적이지만, TV에서 먼저 화제가 돼야 책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한정된 소수의 책이 ‘반짝’ 인기를 끄는 현실은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끝) /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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