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청희 기자 ]
“대본이 닳아 찢어질 정도로 많이 읽었고, 연기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극 중 캐릭터를 잊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지난 16일 종영한 MBC 수목극 ‘붉은 달 푸른 해’에서 형사 강지헌으로 열연한 배우 이이경의 말이다. ‘붉은 달 푸른 해’는 아동심리상담사 차우경(김선아 분)이 시(詩)를 단서로 아동학대 관련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극 중 강지헌은 ‘죄는 반드시 법의 경계 안에서 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원칙주의 형사다. 하지만 아이의 환영을 보는 차우경의 말을 유일하게 들어주고, 법으로는 온전히 처벌하기 힘든 아동학대 사건을 맞닥뜨리며 점차 성장하는 인물이다.
“마지막 회에서 강지헌이 범인인 ‘붉은 울음’을 취조하다 갑자기 후배 형사를 취조실에서 내보낸 뒤 그와 1 대 1로 마주하는 장면이 있어요. 여러 번 수정을 거듭하다 촬영 당일 아침에 최종본을 받은 장면이거든요. 그런데 눈물, 콧물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나와서 계속 NG를 냈어요. 원래는 취조하는 장면만 있었는데 범인이 지헌에게 ‘경찰이 못하는 일을 (자신들이) 한 게 아니냐’라는 식으로 말을 해요. 지헌이 느낄 경찰로서의 무력함이 너무 슬펐습니다.”
시청률은 SBS ‘황후의 품격’, tvN ‘남자친구’ 등에 밀려 4~5%대에 그쳤다. 하지만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연쇄살인범 ‘붉은 울음’을 추적하는 과정과 밀도 있는 대사, 학대를 소재로 하면서도 폭력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 연출 등이 호평을 받았다.
“시청률 때문에 현장에서 흔들린 적은 없습니다. 다른 분들도 비슷할 것 같아요. 경쟁작들과는 색깔이 많이 달랐으니까요. 제게는 오히려 4~5%의 시청률이 흔들리지 않아서 큰 힘이 됐어요. 그분들은 꾸준히 우리와 함께해 준 거니까요.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선아 선배님이 ‘이경아, 너 이 작품 한 거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해줬어요. 정말 감사했죠.”
이이경은 지난해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와 MBC ‘검법남녀’ 등 인기작에 잇달아 출연해 유쾌한 연기를 펼쳤다. 전작인 ‘검법남녀’에서도 형사 역을 맡았지만 강지헌과는 전혀 다른 톤의 열혈 형사였다.
“‘붉은 달 푸른 해’를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파리에서 tvN 예능 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를 촬영할 때 대본을 받았거든요. ‘이이경은 얼굴만 봐도 웃긴다’는 분들도 있어서 악플을 각오하고 선택한 작품입니다. 잘 끝내서 정말 다행이죠.”
다음 작품은 ‘으라차차 와이키키2’다. 이이경은 “이미 촬영을 시작한 작품인데 저를 위해 기다려주고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코미디, 스릴러,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 등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싶다”고 열의를 보였다.
유청희 한경텐아시아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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