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협탁 같은 냉장고·스피커 닮은 에어컨…'가구 가전'이 뜬다

입력 2019-01-20 08:00   수정 2019-01-20 14:49

집안 모든 곳에 어울리는 디자인
가격 비싸지만 장기간 질리지 않아
"높은 수익성 장점…새로운 트렌드로"




국내 생활가전 업계가 디자인 전쟁을 시작했다. 제품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예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차별화 전략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를 겨냥하기 위해 업체들은 가구 같은 디자인을 앞다퉈 적용하고 있다. 업체들은 이를 '가구 가전'이라 부른다.

가구 가전은 집안 어디에 둬도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과 소재를 채택해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디자인 철학은 '조화'에 있다. 안방의 침대 옆, 거실의 소파 앞에 놔도 어색하지 않다.

가격은 일반 가전보다 비싸지만 주변과 잘 어우러져 오랜시간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다. 최중열 삼성전자 생활가전 디자인팀장(전무)은 "스스로의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아 집안의 풍경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2016년 출시된 삼성전자의 '세리프 TV'가 가구 가전의 시초다. 세리프 TV는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로낭 & 에르완 부훌렉형제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프레임에 목재 느낌을 주는 플라스틱과 섬유 소재 재료를 사용했다.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세리프 TV는 하나의 가구와 같이 집안 어느 곳에서나 조화롭게 어울린다"고 호평할 정도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LG전자의 'LG 오브제'는 가구 가전 트렌드를 선도한 제품이다. TV, 오디오, 소형 냉장고, 가습 공기청정기로 구성된 LG 오브제는 이탈리아의 유명 산업 디자이너 스테파노 조반노니가 디자인했다. 고급 가구와 가전제품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결합했는데 고급 호두나무 원목을 겉면 소재로 사용하고 디자인도 네모반듯한 사각형으로 만들어 집 안 어디에 둬도 주변과 잘 어우러진다.

삼성전자의 2019년형 무풍에어컨도 가구 가전을 지향하고 있다. 무풍에어컨은 정제되고 깔끔한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바람문(門)을 없앴다. 제품이 작동할 때나 꺼졌을 때나 동일한 디자인이 유지된다는 의미다. 소재는 우드와 메탈로 통일했고 하단 패널도 집안 인테리어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전의 가치는 기능에서 디자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가구 가전은 디자인에 강점이 있는 제품으로 일반 가전보다 수익성도 높다. 당분간 이같은 트렌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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