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먹었던 수익률 올 들어 회복
미래에셋 'TIGER 美 바이오'
작년 -8%→올초 15% 수익
[ 마지혜 기자 ]
지난해 1년간 본 손실을 올 들어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만회하는 ‘반전 펀드’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바이오·헬스케어, 소비재 업종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들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 신호를 보내고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본격화하자 작년 하반기 큰 폭의 조정을 받았던 이들 업종이 ‘V’자로 반등한 데 따른 결과다.
美 바이오 ETF, 작년 손실 완전 복구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TIGER 미국나스닥바이오’는 지난해 말 1만2465원에서 지난 18일 1만4330원으로 연초 이후 14.96% 올랐다. 이에 따라 작년 1년간 본 손실(-8.02%)을 모두 만회했다. 미국 바이오·헬스케어주에 분산 투자하는 ‘프랭클린 미국바이오헬스케어 펀드’도 연초 이후 13.69%의 수익을 내며 작년 손실(-19.09%)을 빠르게 복구하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는 올해 미국 증시에서 이익증가율이 가장 두드러질 업종으로 꼽힌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P500지수를 구성하는 헬스케어 업종의 올해 분기별 영업이익 증가율을 1분기 36.0%, 2분기 36.3%, 3분기 31.0%로 전망했다. S&P500지수 구성 종목 전체의 올해 1~3분기 분기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9.0%)를 크게 웃돈다.
키움증권 글로벌주식팀은 올해 바이오 업종을 IT 업종, 대체에너지 업종과 함께 3대 성장 업종으로 제시했다. 헬스케어 업종은 경기 둔화에 따른 타격을 덜 받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IT 주도주 바뀔 것”
한국에 설정된 해외 IT펀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피델리티 글로벌테크놀로지 펀드’(설정액 3432억원)는 올 들어 5.46%의 수익을 냈다. 지난해 본 손실(-6.22%)을 완전히 만회하기 일보 직전이다.
자산운용 업계에선 이 펀드가 작년 4분기 이후 크게 하락한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투자 비중을 낮춰놓은 게 연초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FAANG은 작년 4분기 이후 조정장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에 대한 우려로 크게 흔들린 뒤 조정이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자산운용 업계에선 글로벌 IT주의 주도권이 FAANG에서 다양한 중소형 기술주로 확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손현호 피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업 간 경쟁 심화, 규제 강화로 비용이 상승해 FAANG 등 초대형 기술주는 올해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소규모 기술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종목이 올해 IT 업종을 주도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美·中 소비 확대 가능성 ‘주목’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이어가고, 중국 정부도 연초부터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해외 소비재 펀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소비 증가 수혜주에 집중 투자하는 ‘미래에셋 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 펀드’는 지난해 7.35%의 손실을 봤지만, 올 들어 6.26%의 수익을 올렸다. 한 달 전 포트폴리오 기준으로 아마존과 비자,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노바티스 등을 많이 편입하고 있다.
기술혁신 기업과 고부가가치 소비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에셋플러스 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도 연초 이후 4.25%의 수익을 내면서 작년 손실(-8.20%)을 메우고 있다. 정석훈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해외운용본부장은 “미국 내 가계 소득 증가, 중국 내 소비 회생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올해 소비시장도 나쁘지 않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포트폴리오는 조정 중이다. 정 본부장은 “고가 명품 브랜드 등 경기에 민감한 과시적 소비주 투자 비중을 줄이고, 스포츠웨어 등 경험을 소비하는 데 초점을 맞춘 종목을 편입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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