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 수술 환자의 통증을 줄이는 방법이 개발됐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통증치료제를 투여하면 통증과 우울감이 줄었다.
인용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사진 왼쪽)와 고인준 성바오로병원 교수(오른쪽)팀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환자 중 중추신경에 문제가 있는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약물을 투여했더니 통증이 줄고 우울증 수치도 회복됐다고 21일 밝혔다.
국내서 한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는 8만명에 이른다. 대부분 수술을 받은 뒤 재활이 끝나면 관절염 통증에서 해방된다. 그러나 통증에 예민한 환자는 수술 후 기능 평가나 영상검사에서 문제가 없어도 만성통증을 호소한다. 수술 전 심한 통증이 예상되는 환자를 선별해 맞춤형 통증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연구진은 이들 환자가 장기간 퇴행성 관절염을 앓아 통증에 예민해졌다고 판단했다.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수술 후 한 그룹은 중추신경계에서 통증을 느끼게 하는 부분에 작용하는 약물(둘록세틴)을 6주간 투여했다. 다른 군은 투여하지 않고 수술 후 3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약물을 투여한 환자들은 수술 2주 뒤부터 통증이 줄었다. 신체 기능이 회복되고 우울증 수치도 낮아졌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퇴행성 관절염 말기에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망가진 관절을 제거하고 특수 금속과 플라스틱 재질로 된 인공 관절을 삽입한다. 의학과 공학이 발전하면서 인공 관절 수명과 기능이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여전히 수술 후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고인준 교수는 "중추신경이 예민해진 환자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이유는 중추신경계의 통각 인지 과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말초 수술 부위의 통증만 줄여서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무릎 퇴행성관절염으로 인공 관절 수술을 앞둔 환자의 20~30%는 중추신경에 문제가 있다"며 "수술 전 미리 선별해 약물을 투여하면 효과적으로 통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용 교수는 "수술 전 통증의 예민도를 평가하고 약물을 적절히 투여하면 수술 후 통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미국정형외과학회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정형외과 학술지인 미국 정형외과학회지 신년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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