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보증기간·부품보유기간 부재
"분쟁 발생할 경우 혼란 커질수 있어"
의류건조기가 지난해 130만대 넘게 팔리며 '필수가전'으로 자리잡았지만 소비자를 위한 관련 규정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효율을 나타내는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은 물론이고 품질 보증기간, 부품 보유기간 등이 마련되지 않아 소비자 분쟁이 발생할 경우 혼란이 커질 수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판매되는 건조기 전 모델에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이 표시되지 않고 있다. 건조기가 에너지 절감에 필요한 '등급 의무화 대상'이 아니다 보니 업체들이 에너지효율 등급을 표시하지 않는 것이다.
전력량 대비 효율을 나타내는 에너지효율은 1등급에서 5등급으로 나뉘는데 1등급에 가까울수록 전기사용량이 적다. 1등급은 5등급 대비 약 30~40%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에어컨과 냉장고 등 전력 사용량이 높은 제품을 구입할 때 확인해야 하는 항목으로 꼽힌다.
등급 표시는 산업통상자원부(한국에너지공단 공동)가 정한 제품에만 의무로 적용된다. 해당 품목으로 포함되지 않으면 별도로 등급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건조기도 마찬가지다.
건조기는 그동안 연간 10만대 이하가 판매되는 기타 가전으로 분류되면서 에너지효율 등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없었다. 판매량이 적다보니 어느 누구도 등급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것이다. 실제 국내 건조기 판매량은 2016년까지 연간 10만대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부터 건조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판매량은 급증했고,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건조기의 에너지효율 등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회 사용에 전기료 400원' 광고를 믿고 샀던 소비자들이 한 겨울 늘어난 건조시간으로 전기요금이 늘어나자 불만을 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이 지난해 공청회를 열고 업체와 의견 조율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건조기 에너지효율 등급이 올해 상반기 고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등급 표시는 올해 하반기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소비 전력은 건조기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건조 성능과 함께 에너지효율도 건조기의 필수 체크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건조기 품질 보증기간과 부품 보유기간 규정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업체와 소비자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공산품에 대한 품질 보증기간과 부품 보유기간을 제시하고 있는데 건조기는 포함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세탁기의 부품 보유기간은 7년인데 반해 건조기는 관련 규정이 없어 5년만에 고장난 건조기가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구입 6개월만에 건조기가 고장났을 경우에도 세탁기(보증기간 1년)와 달리 건조기는 무상수리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업체와의 분쟁에서 보호받을 규정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조기 시장이 지난해 본격적으로 개화한 만큼 관련 규정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정부와 업계간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올해 안으로 대부분의 규정들이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비자원이 건조기의 안전성과 건조도 등을 테스트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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