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슬·더불어민주당' 작명부터 투기 의혹까지…손혜원 의원은 누구?

입력 2019-01-22 18:25   수정 2019-01-22 18:31

'처음처럼·참이슬' 등…브랜드 네이밍의 귀재
'더불어민주당' 당명도 그의 손에서 탄생
"반도체보다 나전칠기가 더 큰 국가 경쟁력"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손혜원(무소속) 의원이다. 지난 15일 SBS는 손 의원이 목포 문화재 거리의 건물을 9채나 매입했고 건물 값이 최대 4배까지 올랐다고 보도하면서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연일 손 의원 때리기가 진행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 '처음처럼·참이슬'부터 '힐스테이트·후시딘'까지…'브랜드 네이밍'의 귀재
손 의원은 서울 명동에서 4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숙명여중·고를 졸업하고 홍익대 응용미술학과(현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이후 현대양행 기획실에 취직했다가 디자인포커스를 거쳐 1986년 디자인회사 크로스포인트를 공동 창업했다. 손 의원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 로고와 포스터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이후 1990년 크로스포인트를 완전 인수하면서 시각 디자이너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전환했다.

손 의원은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폭넓은 인맥을 쌓았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BI(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기업이나 제품의 얼굴과 이름에 해당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최고경영자나 오너와 자주 만나야 하고 그 과정에서 친분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구축한 고급 인맥이 광고·브랜딩업계는 물론 문화계에서 손 의원의 영향력을 더욱 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 의원이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얼마나 영향력이 큰 인물인지는 그의 작품이 증명한다. 손 의원의 작품으로는 '처음처럼', '참이슬', '정관장', '힐스테이트', '쿠첸', '엔제리너스 커피', '후시딘', '딤채', '트롬', '종가집 김치' 등 일일히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공통점은 하나같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이름이라는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당명도 그의 작품
손 의원의 이러한 활약은 광고계를 넘어 정치·경제계에도 익히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가 손 의원의 솜씨를 눈여겨본 새정치민주연합이 2015년 7월 당 홍보위원장으로 그를 영입했다. 손 의원은 정치권에 입성해서도 브랜드 전문가로서의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그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고 이 역시 손 의원의 작품이었다. 당시 당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최종 후보로 6개 안이 올라왔다. 그중 더불어민주당은 4순위에 불과했으나 손 의원이 강력하게 밀어 붙여 당명으로 최종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홍보 현수막에 '평화와 더불어민주당', '국민과 더불어민주당' 등 다양한 조합으로 활용 가능한 점 등 장점이 드러났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까지 더해지면서 더불어민주당 당명은 급속도로 친근한 느낌을 쌓았다. 그러면서 당 내부에서는 '역시 손혜원'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당명을 정치권에 안착시킨 손 의원은 2016년 3월 20대 총선에서 정청래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을에 전략 공천됐고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를 제압하면서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

▲ "나전칠기가 반도체보다 더 큰 국가 경쟁력 가질 것"
국회에 입성한 손 의원은 당선 직후 공직자가 되면서 재산 내역이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특히 2016년 8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의해 공개된 손 의원 본인과 배우자의 재산은 총 46억2852만원이었다. 그중에서 골동품이 28억 1800만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손 의원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골동품이 차지한 것을 두고 문화계에서는 그를 '전통문화지킴이', '공예계 잔다르크'라고 별명을 붙였다.

그중에서도 손 의원은 나전칠기에 더욱 관심이 많았다. 2006년부터 통영시 BI(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을 하다가 나전칠기에 매료돼 수집하기 시작했고 작업을 그만둔 나전칠기 장인을 설득해 20년 만에 새로운 작품을 내놓게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또한 알루미늄 탁자에 자개를 붙이는 등 현대적 디자인의 가구와 나전칠기의 접목을 시작한 것은 미술을 전공한 그녀의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2014년에는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서울 이태원 한국나전칠기박물관을 설립하고 자신이 70억원을 들여 수집했다는 나전칠기 작품들을 전시·소장해왔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전칠기가 반도체보다 더 큰 국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문화재의 높은 가치를 주목했다.

이렇듯 국내 전통문화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손 의원이지만 목포 투기 의혹 논란에 휩싸이면서 탈당과 법적 소송이라는 험난한 정치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그리고 23일 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의 중심지인 목포 구도심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예정 부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연다고 밝혀 그가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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