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오른 백숙. 당신의 집 닭다리는 누구 차지입니까."
시댁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음식으로 차별받는다는 며느리 A씨의 토로가 눈길을 끌고 있다.
결혼한 지 석 달째인 A씨는 결혼 직후 남편으로부터 "우리 집은 매주 주말마다 다 함께 모여서 식사한다"라는 말을 들었다. "왜 결혼 전 미리 말하지 않았냐"라는 말에 남편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서 안 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문제는 매주 모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아닌 음식 차별에 대한 스트레스였다.
A씨는 지난 주말 시댁에서 백숙을 먹다가 또다시 설움을 느꼈다.
"닭이 두 마리였는데 시어머니가 다리 두 개는 남편과 시아버지 앞접시에 급하게 덜어두고 날개는 두 개씩 시어머니 본인과 아가씨 접시에 올려뒀어요. 저는 마지막에 가슴살 찢어주시더라고요."
보다 못한 A씨가 "어머니, 덜어두지 마시고 알아서 먹게 해달라. 저만 맨날 가슴살 먹는다"라고 말하자 시어머니는 "뭐 어때. 가족끼리"라고 답했다.
연애할 때 그렇게 챙겨주고 맛있는 건 A씨 입에 먼저 넣어주던 남편은 그제서야 상황을 깨닫고 다리 하나를 건넸다.
이런 빈정 상하는 일은 매주 식탁에서 이어진다.
"김치전이나 부추전, 감자전도 가장자리 부분이 바삭하고 맛있잖아요. 식탁에 놓자마자 시어머니가 급하게 찢어서 맛있는 부분은 시댁 식구 접시에 두고 저는 가운데 부분만 줘요. 이거 차별 아닌가요. 먹는 것 가지고 이러니까 정말 섭섭해요."
수차례 반복되는 이런 패턴에 섭섭해진 A씨는 남편과 시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이제 시댁 식구들 식사에는 시댁 분들끼리 모여서 먹어라. 나는 식사 자리에서 빼달라"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남편은 "미안하다. 내가 편한 것만 생각하게 네가 불편한 건 생각 못 했다"라며 당황해했지만 시어머니는 "나는 하늘에 맹세코 차별한 적 없다. 나를 뭘로 보는 거냐"라며 사과하라고 역정을 내셨다.
A씨는 "내가 어떤 부분에서 사과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사기 결혼당한 기분이다"라고까지 말했다.
이 같은 사연에 네티즌들은 "남편이 자기는 몰랐다는 말 다 거짓말이다. 그냥 자기 먹고 싶으니까 뭐 그냥 둬봤자 큰일 나겠나 싶어 방관한 것이다", "전 어느 순간부터 시댁 가서 밥을 안 먹는다. 뭘 안 먹으니 기분 상할 일이 없어서 좋다", "매번 다 나눈 뒤에 남편과 접시 바꾸는 걸로 해라. 시어머니가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다", "이번 기회에 매주 시댁과의 식사 안 가는 게 낫겠다. 기분 좋은 일도 없는데 왜 굳이 가야 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명절에 시집가게 되면 당일날 아침에 샌드위치와 커피 가지고 가서 나 먹을 것은 직접 챙겨왔으니 음식 아깝다 말고 식구들끼리 실컷 드시라고 해라. 밥 안 먹었으니 치울 것도 없고 남편 아침 먹었으면 친정 간다고 일어나면 된다. 어차피 차별하는 판에 나쁜 며느리 해라"라고 조언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기혼여성들은 시댁에서 가장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로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1위와 2위에 올렸다. 며느리에게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그만큼 어렵고도 불편한 대상이다. '널 딸처럼 생각한다'라는 시어머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결혼 후 실망할 일이 많겠지만 친정 어머니의 딸의 대한 각별한 사랑을 생각하며 역지사지로 시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고 남편을 통해 상황을 변화시키는 현명한 노력도 필요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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