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저출산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개발한 기술과 상품들을 ‘미마모리(見守り) 산업’이라고 부른다. ‘지킴이’라는 뜻이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일본 사회의 초기 대응이 보험가입 같은 수동적 대책이었다면 ‘지킴이 산업’을 통해 노인과 어린이들의 사고나 의료 의존도를 직접적으로 줄이는 적극 대응책으로 전환했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에 출생한 680만명)가 75세가 되는 2025년이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5%에서 30%로 오를 전망이다. 2025년까지 초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건 일본의 지상과제다.
초기 지킴이 산업 상품들은 통신기기를 활용해 홀로 사는 부모의 안부를 확인하는 간단한 것들이었다. 코끼리 밥솥으로 한국 주부들에게도 친숙한 조지루시의 아이폿(I-PoT)은 지킴이 산업 상품의 시조로 불린다. 전기포트에 무선통신기를 내장해 전원을 켜거나 물을 끓이면 가족들이 관련 데이터를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는 방식이다. 매일 녹차를 마시는 일본인의 습관을 활용한 제품이다. 홀로 사는 노인이 사망한 지 1개월이 지나 발견된 ‘고독사’를 계기로 2001년 3월 발매한 상품인데 18년째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월 이용료가 3000엔(약 3만900원)이지만 지금까지 이용자가 1만1000명을 넘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 기술과 접목하면서 지킴이 산업은 더욱 고도화했다. 야마가타현 사카다시는 이동통신회사 NTT도코모와 협업해 시내 자동판매기와 가게에 설치된 와이파이 장치가 치매노인의 몸에 부착된 수신기의 전파를 받아 가족들의 휴대전화에 위치와 이동시간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최대 보안회사인 세콤은 손목밴드형 제품을 찬 노인이 돌연 의식을 잃거나 쓰러졌을때 긴급 출동해 미리 등록해둔 병원으로 운송하는 ‘세콤 마이 독터 워치’ 서비스를 2017년부터 시작했다.
일본 수도권을 담당하는 대형 철도회사 JR동일본은 위성항법장치(GPS)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노인과 아이가 개찰구를 지나면 가족에게 알려주는 ‘마모레-루(まもレ?ル·‘지키다‘는 뜻의 ‘마모루’와 철도 ‘레일’의 합성어. ‘마모래루’는 ‘지킬 수 있다’라는 뜻이 됨) 서비스를 도쿄와 가나가와, 지바, 사이타마 지역 244개역에서 시작했다. 제약회사 에자이는 블루투스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직경 37㎜, 두께 5.8㎜, 무게 7g에 불과한 탭을 활용해 고령자와 인지증을 앓는 환자 가족에게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미-마모리오’를 벤처기업과 공동개발했다.
고령자 지킴이 서비스는 경제산업성이 2017년 발표한 일본 산업구조 개편의 한 축에 반영할 정도로 독자적인 산업이 됐다. 고령자 지킴이 통보서비스 시장만도 2014년 142억엔에서 2025년 227억엔으로 커질 전망이다. 고령자와 간병 관련 제품 및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7년 6000억엔 수준에서 2025년 9254억엔 규모로 늘 전망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원격의료도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가 2017년 5월10일 원격의료를 도입할 때는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도쿄 수상관저에서 283km 떨어진 병원과 원격의료로 진찰을 받는 시연을 해 보이기도 했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유령마을이 된 미나미소마시는 27.8%였던 고령화비율이 52.1%로 뛴 반면 의사와 간호사가 크게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최근에는 인공투석치료와 처방전 발급도 원격으로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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