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風당당 美기업' 투자 ETF 나온다

입력 2019-01-23 17:38  

"女비중 높으면 ROE 높아"

여성 임원 비율 높은 기업에 집중투자 상품 3월 국내 출시
SRI 부문 첫 해외주식 ETF



[ 마지혜 기자 ]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미국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오는 3~4월께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 고위직에 여성이 많이 포진한 기업일수록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고 중장기 성과도 좋다는 분석에 바탕을 둔 ETF다. 기업의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등 비재무적 요소도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SRI) 부문에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ETF가 출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투운용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미국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SSGA)와 함께 ‘ESG 투자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SSGA는 운용자산 규모가 2조5100억달러(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는 세계 3위 운용사다.

SSGA는 2016년 3월 ‘SPDR SSGA Gender Diversity Index ETF’(코드명 SHE)를 아메리칸증권거래소(AMEX)에 상장해 운용하고 있다. 미국 1000대 기업 중 이사회와 경영진의 여성 비율이 높은 기업을 뽑아 포트폴리오를 꾸린 ETF다. 존슨앤드존슨(9.22%), 홈디포(5.51%), 코카콜라(5.29%), 웰스파고앤드컴퍼니(4.92%), 마스터카드(4.88%) 등을 주로 편입하고 있다.

한투운용이 준비 중인 ETF도 ‘SSGA Gender Diversity Index’를 추종한다. SSGA의 자문을 받아 운용할 계획이다. SHE ETF 주가는 지난해 약세장에서 2.7% 떨어졌다. 같은 기간 S&P500지수(-6.2%)보다 방어력이 좋았다. 정성인 한투운용 ETF전략팀장은 “이 ETF 수익률은 시기별로 시장을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기 때문에 성과가 항상 시장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ESG 수준이 높은 기업에 관심이 많은 중장기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원 중 최소 세 명 이상이 여성인 경우 등 여성 리더십이 강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36.4% 높았다. 미국 피터슨연구소는 2014년 2만198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고경영자(CEO)나 이사회 구성원, 고위 임원 등의 직책에 여성이 전혀 없다가 여성 비중이 30%로 늘어난 기업의 수익성은 15%, 순이익률은 1%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심재환 한투운용 멀티전략본부장은 “여성 참여도가 높은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ETF에 대한 국내 시장의 인식이 충분히 확산되면 같은 기준으로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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