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예서 책상'을 집으로 들이십시오"

입력 2019-01-24 17:21   수정 2019-01-25 13:52

1인용 독서실 '스터디큐브'…'SKY캐슬' 방영후 주문 급증

강남엄마 사이 입소문에 제작진이 먼저 협찬 제안
임용고시 준비 등 성인 수요도

'특허장인' 최기주 이목 대표, 음식점용 긴 라이터 등 발명도



[ 심성미 기자 ]
지난 23일 오후 내내 네이버 검색어 상위에 ‘예서 책상’이란 단어가 올라 있었다. 종합편성채널 드라마 가운데 최고 시청률(22.3%)을 기록한 JTBC ‘SKY캐슬’에 등장한 책상이다. 서울대 의대 입학을 목표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교 1등을 하는 수험생 ‘예서’의 방에 놓인 ‘독서실 책상’이다. 박스 형태의 이 책상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와 관심을 끌었다. 정식 제품명은 ‘스터디큐브’다. 가격은 245만원. 공식 블로그에는 주문 후 2, 3일이면 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드라마에 나온 이후 달라졌다. 주문량이 폭주해 45일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다. 이 제품을 직접 설계·제작해 판매하고 있는 이목의 최기주 대표(사진)는 “드라마 SKY캐슬 방영 이후 주문량이 8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고3 딸 때문에 만든 제품”

‘예서 책상’은 공중전화 부스를 연상케 하는 1인용 독서실이다. 좁은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환경을 만들어줘 집에서도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집중할 수 있다.

최 대표는 10여 년 전 고3 수험생이던 딸이 겪은 일을 계기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딸이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치고 밤 12시 넘어 집에 돌아오다 치한에게 쫓기는 일이 발생했다. 딸에게 “위험하니 독서실에 가지 말고 집에서 공부하라”고 했지만 딸은 “집에서는 도무지 집중이 안 된다”고 했다. 그가 딸을 위해 고안해 낸 게 ‘집 안의 독서실’이었다. 3년간 제품 설계를 하고 특허를 내 2012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꾸준히 팔렸다. 최 대표는 “매출의 30% 정도가 강남구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정작 최 대표의 딸은 제품 혜택을 보지도 못했지만 7년간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는 “스터디큐브를 사간 뒤 ‘중학생 딸이 전교 1등을 했다’는 감사 전화를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SKY캐슬 제품 협찬은 제작진이 ‘강남 엄마’들이 구매한다는 소문을 듣고 먼저 요청해 이뤄졌다.

그렇다고 이 제품을 수험생만 사가는 건 아니다. 최 대표는 “사용자의 30%는 학생이 아니라 성인”이라고 말했다. 경찰 공무원이나 소방 공무원, 임용고시 준비생 등이 집중해서 공부하기 위해 구매한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본인만의 공간이 부족한 부모들이 취미 생활이나 독서를 위해 구입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했다.

가스매치 발명한 주인공

스터디큐브가 최 대표의 첫 작품은 아니다. 그는 음식점에서 가스에 불을 붙일 때 쓰는 긴 라이터인 ‘가스매치’를 발명한 주인공이다. 일회용 라이터를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다가 1987년 긴 라이터를 발명해 특허를 냈다. 이후 지라프산업이라는 회사를 차려 16년간 각종 가스 용품을 판매했다. 그는 2003년 업종을 바꿔 목재 수입을 시작했다. 이목이라는 회사는 이때 세웠다. 이후 침대 식탁 등 원목 가구를 제작해 팔았다. 최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제조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청계천 공구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취미였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가스매치, 스터디큐브뿐 아니라 직접 고안한 목조주택 관련 특허 등 실용신안 특허 4개를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스터디큐브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공부를 위해 아이를 갑갑한 곳에 가둬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그런 오해를 받을 때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 순환이 잘 되도록 설계했고, 침엽수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오히려 정서적으로 도움이 된다”며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게끔 도와주는 제품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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