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불 끄자, 노동이사제 꺼내든 국민銀 노조

입력 2019-01-24 17:44  

KB노조, 3월 주주총회 앞두고 민변 백승헌 사외이사로 추천
금융권 노동이사제 논의 재점화

노사합의…핵심 쟁점은 미뤄

임금 인상률·성과급 등 수용…페이밴드·비정규직 경력 인정
TF 구성해 5년내 합의하기로



[ 김순신 기자 ]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노동이사제(노동자 추천이사제)를 꺼내들며 경영 개입에 나섰다.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에 잠정합의하면서 노조는 노동이사제로 관심을 돌리는 모양새다.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주주제안을 통해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한다고 24일 밝혔다. KB노협은 국민은행 노조와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으로 구성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을 지낸 백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대검찰청 검찰개혁 자문위원, 법무부 정책자문위원, 한겨레신문사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KB노협은 우리사주조합원과 일반주주들로부터 동의를 받아 다음달 7~8일께 주주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노동이사를 통해 경영과 지배구조에 개입할 뜻을 분명히 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한국노총, 민변 등 4개 단체에 노동 존중의 태도를 지닌 전문가 추천을 의뢰해 백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류제강 우리사주조합장 겸 국민은행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지배구조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에서 제도개선 권고를 받았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사외이사만이 이사회에서 독립적 지위를 갖고 지배구조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노협은 2017년 임시주주총회와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도 각각 하승수 변호사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국민은행 노사는 전날 2019년 임단협에 잠정 합의했다. 임금 인상률은 노조의 요구인 일반직 2.6%,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자(L0) 등 저임금직 5.2% 인상안을 사측이 수용했다. 이익성과급은 통상임금의 300%를 지급하기로 했다. 임금피크 진입시기는 부지점장급과 팀원·팀장급 모두 만 56세가 되는 다음달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대신 팀원·팀장급은 재택 연수를 6개월 하기로 결정했다. 이 밖에 노사는 전문직무직원 정규직화, 주 52시간 근로제 대비 근로시간관리시스템 도입 등에도 합의했다.

국민은행 내부에선 이번 합의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총파업의 명분이던 L0직급의 경력인정, 페이밴드(직급별 호봉상한제) 등 쟁점은 합의를 5년간 늦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노사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임금체계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5년 내 마련하기로 했다. 한 국민은행 대리는 “파업의 이유로 노조가 주장했던 사항들이 잠정 합의에 반영된 것이 사실상 없다”며 “5년 뒤 노조 집행부에 책임을 미룰 거면 파업을 왜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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