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기자 ] 100년의 역사 속에서 삶 그 자체가 돼버린 커피.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7g의 커피에서 나온 21mL의 에스프레소 한 잔을 위해, 난 로마행 비행기를 탈 거야”라고 외친 친구가 있습니다. 로마의 에스프레소에서 밀라노의 스타벅스, 스페셜티 카페까지 탐험한 SPC그룹의 커피 전문가 조원진 씨. 1년 전에는 북유럽 커피여행을 다녀와 노르딕 커피의 세계를 소개했었죠. 그의 여행기를 전합니다.
로마의 아름다움은 폭력적일 정도로 강렬하다. 도시 전체가 위대한 유적인 이곳을 돌아다니면 감각이 쉽게 피로해진다. 그 덕분일까. “자판기 커피도 이탈리아에서 마시면 맛있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이탈리아의 커피 사랑은 특별하다. 길거리에서 마시는 1유로 남짓의 에스프레소가 어쩌면 이탈리아 그 자체다. 처음 마셨을 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아찔하게 맛있었다. 한국에도 이탈리안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 세가프레도 등이 진출해 있기에 이탈리안 커피가 낯설지만은 않다.
콧대 높은 커피 문화 때문에 스타벅스가 이탈리아에 발을 들이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로마에서 밀라노행 기차에 몸을 실은 건 오로지 지난해 9월 문을 연 스타벅스 때문이었다. 밀라노 스타벅스의 첫인상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학교 같았다. 전통 방식(에스프레소 기기나 모카포트)이 아닌 다른 커피 도구로 커피를 만들면서 바리스타들은 끊임없이 손님들에게 설명했다. 어떤 원두로 왜 이렇게 내리며, 무엇이 다른지를.
밀라노의 스타벅스만큼이나 놀라운 건 변화의 물결이다. 스페셜티 카페 ‘카페 잘’에는 플랫화이트와 에어로프레스 등 기존 이탈리아 카페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단어가 눈에 띄었다. 바리스타는 원두 20g으로 40mL의 에스프레소를 내려주며 “기존 이탈리아 원두로는 이 정도 양을 결코 마실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커피의 양이 세 배, 추출한 양은 두 배였는데 생두의 품질 덕에 쓴맛과 텁텁함이 없었다. 스타벅스 개점 전부터 이탈리아 젊은이들은 스페셜티 커피에 열광했다고 한다. 불편한 ‘올드스쿨’ 카페 문화 대신 새로운 방식의 커피 소비를 원한다는 얘기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전 세계에 전파한 에스프레소 명맥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고. 커피 맛을 잘 아는 우리이기에 스페셜티 커피 또한 빠르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이다.
destinyb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