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락근 기자 ] 지난 17일 일본 도쿄 분쿄구에 있는 도쿄대 혼고 캠퍼스. 이곳 남동쪽에 자리잡은 도쿄대부속병원 남연구동은 자유분방한 옷차림의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1925년 지어진 이 건물은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시설로 지난해 가을 탈바꿈했다. 건물 외관은 낡은 벽돌 건물 그대로였지만 내부는 최첨단 시설로 새 단장했다. 이곳에는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치료법을 연구하는 바이오랩을 비롯해 수십 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도쿄대 캠퍼스 내 창업 공간은 2년 전보다 세 배로 커졌다.
일본에서는 더 이상 장기 불황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학가 분위기가 바로미터였다. 종합상사, 대기업 등 기존의 성공가도로 여겨졌던 길이 아니라 벤처기업으로의 취직, 창업 등 도전을 택하는 학생이 늘면서 캠퍼스에는 창업 공간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2017년 학내 벤처기업을 세웠다는 와세다대의 고바야시 다케루 씨는 “대기업 취업이 아닌, 스스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겠다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도 활력을 띠고 있다. 20년간의 긴 불황을 겪으며 생존 본능을 되찾은 기업들은 수익성을 회복하면서 채용 인원을 늘리고, 도쿄 도심은 만성적인 사무실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 대기업 일본 법인장은 “2013년 부임 당시만 해도 ‘이대로 몇 년 더 가면 일본도 끝장나겠구나’라고 할 정도로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미 무인차와 로봇, 현금 없는 전자거래 등 미래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도쿄 시내는 수소버스를 위한 대형 충전소까지 들어섰다. 지진 발생으로 인한 불안감도 있을 법한데 주민 반대는 없었다고 한다. 일본은 한국에 앞서 고령화와 ‘인구절벽’의 도전을 맞았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 일본보다 ‘조로(早老)현상’이 심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대기업 일본 법인장은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으로 출장 온 일본 기업인들은 서울의 활기를 부러워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한국이 도쿄의 활기를 따라잡아야 할 처지”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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