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1R
프로암서 팬이 '칠리' 권하자 흔쾌히 한입 떠먹고 코스로
경기 중 동반자와 웃고 떠들고 방송 스태프에 퍼터로 장난도
'인간 우즈' 진면목에 팬들 열광
우즈, 난코스서 2언더파 출발
샌디에이고=조희찬 레저스포츠산업부 기자
[ 조희찬 기자 ]
“타이거 우즈가 정말 그럴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어요?”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GC(파72).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총상금 710만달러) 1라운드가 열린 대회장 안팎에선 ‘골프 황제’의 경기 결과보다 전날 프로암에서 나온 ‘인간 우즈’의 돌발 행동(?)이 화제로 떠올랐다. 대회 관계자에 따르면 우즈는 대회 프로암이 끝나갈 무렵 티샷을 홀과 홀 사이에 있는 한 매점 앞에 떨어뜨렸다. 갤러리를 위해 다진 소고기와 고추 등을 넣고 끓인 ‘칠리’를 파는 임시 노점. 공을 찾으러 온 우즈에게 한 직원이 음식을 먹고 갈 것을 권유했고, 우즈가 흔쾌히 한입 떠먹은 뒤 코스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경기에만 몰두하던 예전의 ‘도도한’ 우즈였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나이스 가이’ 타이거에게 골프팬 열광
이날 열린 대회 1라운드는 우즈가 새해 처음 뛰는 실전 무대다. 1번홀부터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닌 우즈는 경기 내내 “고(Go) 타이거”를 외치는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경기했다. 가끔 경기에 방해가 될 만한 큰 소음이 터져나왔다. 우즈는 개의치 않았다. 버디 퍼트가 빗나가자 그가 큰 동작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 하는 더 큰 탄식이 팬들 사이에서 나왔다.
생각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초반(2번홀)부터 보기가 나왔고 이후에도 버디, 보기를 오가는 바람에 타수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예민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우즈는 동반자인 토니 피나우, 젠더 쇼플리(이상 미국)와 웃고 떠들며 라운드를 즐겼다. 동반자 역시 우즈를 우상으로 삼아 골프채를 들었던 ‘타이거 키즈’들. 그동안 필드 위에서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내뿜던 우즈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갤러리는 물론 경기 진행요원까지 더 친근해져 돌아온 ‘황제’를 반겼다. 그는 앞서가던 한 방송 스태프의 엉덩이를 퍼터로 툭 치는 등 좀체 보기 힘든 장난기까지 내비쳤다. 한 미국 기자는 “우즈가 사인을 해주고 팬들과 소통하는 횟수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했다.
우즈를 보기 위해 서부 워싱턴주에서 왔다는 데이비드 데펜버 씨는 “골프 팬들은 우즈가 메이저대회 우승을 추가하거나 10승 이상 더 쌓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가 제2의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고마움을 느낀다. 여러 부침을 겪은 우즈가 팬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와주는 것도 팬들을 열광하게 한다”고 말했다.
‘구름관중’ 몰고 다닌 우즈의 존재감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이 열리는 기간은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직전이다. 많은 이가 슈퍼볼이 열리는 지역으로 미리 이동해 슈퍼볼 관련 콘텐츠를 소비한다. 골프에 몰리는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즈는 존재감만으로도 대회장과 인근 지역의 관심을 빨아들이며 지역 분위기를 180도 바꿔놨다.
PGA투어 대회를 40년 이상 담당한 얀야 부요비치 ABC방송 PD는 “우즈가 참가하지 않았을 때와 참가했을 때를 비교하면 관중 수가 2배 정도 차이 난다”며 “대회장 안팎의 열기는 상상 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대회장 내 셔틀버스를 운전하는 자원봉사자도 “우즈가 참가하면 사실상 50개 주 모든 곳에서 사람이 모여든다고 보면 된다”고 혀를 내둘렀다. 피터 리파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디렉터도 “우즈의 출전 소식만큼 행복한 건 없다”고 했다.
우즈, 까다로운 남코스에서 2언더파
이 대회는 남(south)코스와 북(north)코스를 오가며 경기를 치른다. 북코스에 비해 훨씬 어려운 남코스에서 1라운드를 시작한 우즈는 버디 5개, 보기 3개로 2언더파 70타를 적어냈다. 공동 53위. 2라운드에선 남코스보다 600야드가량 짧고 난도가 낮은 북코스를 돈다. 우즈는 “꽤 경쟁력 있는 경기력을 선보였고 퍼트가 잘 들어갔다면 68타도 칠 수 있는 정도였다”며 “(1라운드를 북코스에서 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낸 만큼) 내일은 무조건 좋은 스코어를 적어내야 한다”고 다짐했다.
북코스에서 1라운드를 시작한 2017년 이 대회 챔피언 존 람(스페인)이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섰다. 역시 북코스에서 경기한 김시우(24)가 5언더파 공동 15위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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