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국제항공운수권 배분
'몽골 가는길' 가장 치열
성수기 탑승률 90% 넘는 알짜…아시아나 "대형기 운항이 유리"
제주항공·이스타 등 LCC업계 "요금 저렴해지면 탑승객 더 늘어"
부산~싱가포르 정기 노선도, 진에어 뺀 모든 LCC가 출사표
[ 박상용/김보형 기자 ] “몽골과 싱가포르 하늘길을 확보하라.”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에 떨어진 지상 과제다. 인천~울란바토르(몽골) 노선은 수익성이 좋은 ‘황금 노선’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운항해왔다. 부산과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를 잇는 부산~창이(싱가포르) 노선도 관광객은 물론 비즈니스 수요가 풍부해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운수권 확보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탑승률 90% 황금 노선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인천~몽골(1개사)과 부산~싱가포르 노선(1개사)의 국제항공 운수권을 배분한다. ‘국제항공운수권 규칙’에 마련된 평가지표(110점 만점)에 따라 심사를 거쳐 운항권을 부여한다. 평가기준은 △안전·보안 △이용자 편의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공공성 제고 △인천공항 환승 기여도 등 5개다. 세부 평가 항목은 20개에 달한다. 작년 진에어 사태 이후 사회적 책임 및 기여도(5점)를 신설하는 등 비(非)운항 항목을 추가했다.
1994년 전세기 취항을 시작으로 열린 몽골 하늘길은 30년 가까이 대한항공이 독점해왔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몽골 최초 제트기인 보잉 B727을 기증하는 등 대한항공과의 돈독한 관계도 영향을 미쳤다. 연간 승객이 30만 명 수준인 몽골 노선은 성수기(6~8월) 탑승률이 90%를 웃돌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승객 수도 매년 10%가량 증가하는 추세다.
가격 경쟁력 앞세운 LCC
LCC들은 저렴한 항공권 요금을 앞세운다. 몽골 노선 운임은 겨울철 등 비수기엔 70만원 수준이지만 성수기엔 100만원에 달한다. 운항거리(1975㎞)가 비슷한 다른 노선에 비해 비싼 편이다. 6개 국적 항공사와 3개 외항사가 취항하는 인천~홍콩 노선(운항거리 2066㎞)은 비성수기 55만원, 성수기 60만원으로 요금 변동폭이 크지 않다. LCC업계 관계자는 “몽골 노선은 대한항공의 독점 운항 탓에 항공권 요금이 비정상적으로 비싸다”며 “LCC가 운항하면 요금이 내리고, 탑승객도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인천~몽골 노선의 부정기편(전세기)을 운항하는 등 노선권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운수권을 배분할 때 전세기 운항 실적은 주요 평가 요소로 꼽힌다. 에어부산도 부산~몽골 전세기 운항을 통해 2016년 운수권을 따내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탄탄한 동남아시아 노선을 무기로 몽골인 환승 수요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형항공사(FSC)가 몽골 노선권을 따내는 게 효율적이라고 맞선다. 한국과 몽골은 항공회담을 통해 해당 노선 운항 횟수를 주 6회에서 주 9회로 늘리기로 했다. 그동안 노선을 독점해온 대한항공이 6회, 새 항공사가 3회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공급 좌석은 기존 1488석에서 2500석으로 증가한다. 추가되는 좌석 1012석을 주 3회 운항으로 최대한 활용하려면 소형 항공기보다는 중대형 항공기를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아시아나항공은 275~298석의 중대형 기종인 에어버스 A330-300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LCC가 보유한 비행기는 200석 미만의 소형 기종”이라며 “LCC가 주 3회 운항하면 총 600석에도 못 미쳐 400석을 못 쓰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부산~싱가포르도 ‘촉각’
몽골 노선과 함께 운항 항공사를 결정하는 부산~싱가포르 노선도 알짜 운항권으로 꼽힌다. 한국과 싱가포르를 오가는 정기편 노선 신설은 2003년 인천∼싱가포르 이후 15년 만이다. 부산~싱가포르 노선(부정기편)은 2014~2016년 탑승률이 90%를 웃돌 정도로 수요가 탄탄하다. 신규 노선 취항 규제를 받고 있는 진에어를 제외한 모든 LCC가 새 비행기까지 도입하며 운수권 확보 경쟁에 뛰어든 이유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보잉 737 맥스8 기종 도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 비행기는 운항거리가 6570㎞에 달한다. 싱가포르(4614㎞)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4601㎞) 등 중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하다. 에어부산은 지방 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지역 LCC가 싱가포르 노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수권
양국 간 항공회담을 통해 합의한 여객·화물기의 운항지점·횟수·방식을 말한다. 각국은 운수권을 항공사에 배분해 해당 노선에 취항할 수 있도록 한다.
박상용/김보형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