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임상 마치고 상용화 목표
[ 임유 기자 ] 의료기기 제조업체 루트로닉이 올해 안과용 레이저 의료기기 ‘알젠’(사진)의 건성 황반변성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아직 치료법이 없는 건성 황반변성에 대해 의료기기로 글로벌 임상에 나서는 건 세계 처음이다.
루트로닉 관계자는 27일 “연내 한국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알젠의 건성 황반변성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성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인 황반 아래에 ‘드루젠’이라는 노폐물이 쌓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진단하기 어렵고 드루젠이 축적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아직 없다. 환자의 10%가량이 실명 위험이 큰 습성 황반변성으로 발전한다. 환자 수는 약 1억2000만 명이다.
알젠의 치료 효과는 노영정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교수가 진행한 파일럿 임상에서 일부 입증됐다. 지난해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망막학회에서 노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건성 황반변성 환자 20명에게 알젠을 이용해 ‘선택적 망막 요법(SRT)’을 시행했더니 8명의 환자가 드루젠이 줄었다. SRT는 손상된 망막색소상피세포(안구에 들어온 빛을 흡수하고 시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관여하는 세포)에 선택적으로 레이저 에너지를 전달해 재생시키는 기술이다. 그는 논문에서 “알젠이 건성 황반변성에 대한 잠재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주의 의료기기 업체 엘렉스도 건성 황반변성을 적응증으로 하는 의료기기 ‘2RT’를 개발했다. 그러나 임상에서 드루젠이 쌓이는 속도를 늦췄을 뿐 드루젠을 줄이지는 못했다. 알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큰 이유다.
회사 관계자는 “2023년까지 건성 황반변성 관련 임상을 마치고 상용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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