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면은 정말 '나트륨 폭탄' 일까

입력 2019-01-28 17:34  

김재후 기자의 입맛

정부 저감 정책으로 함량 줄여
中·日 라면과 비교땐 훨씬 덜 짜



[ 김재후 기자 ] 한국 라면은 억울하다. 나트륨 과다 섭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라면은 가장 선봉에서 비난을 받기 일쑤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수치만 보면 라면은 죄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0월부터 식품별 나트륨과 당 함량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한국인이 자주 섭취하는 품목을 정해 나트륨 함량 순위를 매겨 놓은 것이다. 순위에 따르면 1위는 소금이고 2위가 김치다. 이어 간장 된장 순이다. 라면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6~8위는 고추장 국수 쌈장이다. 흔히 짜지 않다고 느끼는 메밀국수와 냉면 그리고 빵도 그 다음 순위에 적혀 있다.

순위로 따지면 라면보다 김치 간장 된장 간장 등이 더 높다. 그런데도 라면만 ‘짜다’는 비난을 혼자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라면엔 나트륨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가장 많이 팔리는 신라면의 경우 한 봉지에 1790㎎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진라면(순한맛)의 나트륨 함량은 1880㎎이었고, 간이 세다고 느끼는 팔도비빔면과 불닭볶음면은 각각 1090㎎, 1280㎎ 등으로 나트륨이 오히려 적다.

이 정도 수치를 ‘짜다’고 할 수 있을까. ‘라면 강대국’인 일본과 중국 라면들과 비교해봤다. 일본에서 많이 팔리는 닛신의 치킨라멘은 나트륨 함량이 2200㎎이다. 도요이스이산의 마루짱 세이멘 돈코츠라멘도 2400㎎의 나트륨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 캉스푸의 훙샤오 뉴러우미엔과 샹라뉴러우미엔 등도 나트륨 함량이 각각 2062㎎과 2132㎎이고, 대만 퉁이의 라오탄 솬차이뉴러우미엔은 나트륨 함량이 2783㎎이나 됐다. 모두 한국 라면들보다 나트륨 함량이 월등히 많다.

한국 라면회사들은 나트륨 함량을 줄여왔다. 정부가 그렇게 유도하거나 강제했다. 2007년과 2014년 나트륨이 사회 이슈가 되자 식약처가 정책 사업으로 라면회사들을 불러 모아 밀어붙였다.

이에 따라 2006년까지만 해도 신라면의 나트륨 함량은 봉지당 2100㎎으로 지금보다 훨씬 높았지만, 2007년 1930㎎으로 줄었고 2014년엔 지금의 수치로 더 낮아졌다. 국내 라면회사 관계자는 “나트륨을 줄이면 소비자들은 맛이 없다고 느낀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시키니 따를 수밖에 없었고, 나트륨 대신 다른 첨가물로 맛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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