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 제로'를 선언한 백화점이 점포를 리모델링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눈길 끄는 매장으로 'VIP고객'에게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29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롯데 아울렛 1곳을 제외하고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은 사실상 출점 계획이 없다. 롯데가 지난 4일 인천터미널점을 오픈하긴 했지만 신세계와 소송에서 이겨 신세계에서 롯데로 간판만 바꿔 달고 문을 연 데 그쳤다.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로 백화점 신규 출점은 3년째 중단되고 있다.
대신 백화점들은 기존 점포를 매장 구성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리모델링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올해 리빙관을 시작으로 2020년 식품관, 2021년 여성·남성관, 2022년 해외패션관 순으로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1979년 첫 문을 연 롯데백화점 본점은 그동안 본점 영플라자 개점 등 꾸준히 외형 확장을 해 왔지만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롭게 선보일 리빙관은 기존보다 70% 가량 늘어난 200여개의 리빙 브랜드가 입점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와 이색적인 신규 브랜드를 대거 유치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도 최근 무역센터점과 천호점을 각각 리모델링하고 재오픈했다. 무역센터점의 경우 3개층(8~10층)을 면세점으로 리모델링해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하고 있고, 천호점은 5년에 걸친 리모델링·증축을 마치고 지난 2일 새로 문을 열었다.
특히 가족 단위 고객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백화점 한 개 층을 유아동 콘텐츠(키즈&패밀리관)로 꾸미고 식품·리빙관을 강화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2016년 강남점을 대대적으로 증축·리뉴얼한 뒤 재개장했다. 슈즈, 키즈, 스포츠 등 전문관을 국내 업계 최초로 도입하고 젊은 층 유입을 위해 뷰티·패션 편집숍을 늘렸다. 지난해 11월에는 기존 백화점 입점 공식을 깨고 점포 1층에 화장품 대신 가전 제품 매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백화점들은 최근 VIP고객들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씀씀이가 큰 VIP 고객을 위해 기존 최상위 등급인 '프레스티지'(연간 6000만원 이상구매) 위에 1억원 이상 구매 고객인 '레니스' 등급을 신설해 차별화를 꾀했다. 올 초 새롭게 문을 연 인천터미널점에서는 기존 신세계의 VIP 고객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오는 6월까지 기존 신세계 VIP 고객이 롯데 MVG(롯데백화점의 VIP)로 전환 신청하면 올 한 해 동안 MVG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에도 우수고객 대상으로 'TCP(Top Class Program)'를 운영하고 등급별로 테마여행, 각종 할인, 발렛파킹, 라운지 이용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신세계는 2017년부터 연간 40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레드' 등급을 운영 중이다. 기존 최저 VIP 등급인 블랙(연간 구매금액 800만원 이상)보다 기준을 절반으로 낮췄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VIP고객'이 주요한 수익원이다. 이들이 백화점 실적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백화점 매출 상위 15개 점포가 모두 2017년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 이들 점포의 매출 증가율은 5.3%로 전체 백화점 증가율 2%보다 높았다. 구매액이 높은 VIP고객들이 백화점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허나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매출 상위 점포의 공통점은 명품 3대 브랜드로 불리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매장을 1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자산효과 둔화와 소비심리 하향으로 올해 백화점 매출 우려가 있으나 VIP 위주의 실적 개선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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