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63) JTBC 대표와 프리랜서 기자 김웅(49)씨가 각각 공갈 미수와 폭행 건으로 서로를 고소하면서 언론인 간의 진실게임이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손 대표 폭행 의혹 관련 보도를 하면서 TV조선은 28일 김씨가 제공한 녹취록을 일부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한 남성이 "교회 쪽이었다. 그건 뭐 누구나 세우는 데니까. 내가 진짜 왜 거기 잠깐 세우고 있었는지 얘기하고 싶어 죽겠다 솔직히"라고 말하자 김씨는 "화장실 다녀오셨느냐"라고 묻는다.
상대 남성이 "화장실 아니다. 그거보다 더 노멀한 얘기다. (기사를) 안 쓰겠다고 얘기하면 얼마든지 얘기한다. 진짜 부탁을 하는데 어떤 형태로든 이게 나오면 정말 바보가 된다. 어떤 형태로든 안 써줬으면 좋겠다"라는 답했다. 김씨는 이를 손 대표와 주고받은 음성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2017년 4월 16일(세월호 3주기) 심야 시간에 손 대표가 경기도 과천의 한 교회 인근 공터에서 접촉 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해 도주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라며 "사고 직후 피해자들에게 추적당해 4차로 도로변에 정차했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사고 피해자들은 조수석에 젊은 여성 동승자가 있었다고 전했다"라고 덧붙였다.
손석희 대표는 논란이 일자 입장문을 내고 "2017년 접촉사고 당시 동승자가 있었다는 주장과 일부 보도는 명백한 허위"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증명할 근거도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사장은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고, 2017년 접촉사고 당시 동승자가 있었다고 주장한 프리랜서 기자를 김웅 씨라고 실명 공개하면서 "이번 사안을 의도적으로 ‘손석희 흠집내기’로 몰고 가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당사자 김웅씨의 의도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사안을 둘러싼 모든 가짜 뉴스 작성자와 유포자, 이를 사실인 것처럼 전하는 매체에 대해서도 추가 고소를 통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가 손 사장에게 거액을 요구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김씨의 구체적인 공갈 협박의 자료는 일일이 밝히는 대신 수사 기관에 모두 제출하겠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나온 정황상 양측 주장은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배승희 변호사는 "김씨가 폭행죄로 손 대표를 고소했는데 본인이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으며 경찰에 의사의 3주 진단 소견서를 제출했다. 의사의 3주 진단서는 단순 타박상 정도로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의사가 봤을 때 멍이 들고 눈으로 보이는 상처가 있을 때 나오는 진단서라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배 변호사는 이어 "손 대표의 녹취록에 따르면 본인이 '아팠으면 미안하다'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신체 접촉을 인정한 상황이다. 피해자는 3주 진단 상해를 입었고 손 대표가 김씨에 대해 신체에 대해 유형력 행사 인과관계가 성립되므로 폭행죄가 성립될 소지가 있다. 맞아서 아팠는지 안아팠는지는 상관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손 대표가 김씨에 대해 제기한 공갈 협박죄에 대해서는 "손 대표가 김씨로 부터 거액을 요구받는 공갈 협박의 자료를 수사 기관에 제출하겠다고 한 만큼 좀 더 지켜볼 사안이다"라면서 "다만 협박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적어도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손 대표가 업무상 차량을 비업무적으로 일요일에 이용했다는 점은 횡령이나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 본인의 회사 차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배 변호사는 지난 주말 손 대표의 접촉 사고 장소로 알려진 과천 교회 주차장에 직접 다녀온 내용을 유튜브에 공개해 관심을 끈 바 있다.
배 변호사는 "손 대표가 과천 주차장에 다녀온 사실은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나. 그의 주장대로 주차장에 있다가 빠져나가는 상황이 어땠을까 살펴봤다. 일방통행길이고 주차장 쭉 가면 관악산 입구밖에 없는데 밤에 혼자 있을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다"라면서 "그러니까 사람들이 더 궁금해 하는 것이다. 좀 더 명쾌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도움말 = 배승희 로앤피플 대표변호사
※[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법알못]에서 다루겠습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