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후엔 바로 설거지 작업도
"인건비 안 들고 팁도 안 받는다"
푸드로봇 시장 규모 13.7억弗
2022년까지 25억弗로 성장 전망
[ 안정락 기자 ] 지난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피자 레스토랑 ‘아미치스’.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1m 정도 높이의 자율주행 서빙 로봇 ‘페니’가 테이블 사이를 지나며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직원들은 음식이 준비되면 이 로봇 위에 올려놓고 테이블 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페니는 알아서 경로를 찾아 음식을 운반하고, 사람이나 장애물을 만나면 자동으로 피해간다. 한국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베어로보틱스가 개발한 로봇이다.
단순한 음식 조리를 넘어 서빙, 설거지까지 로봇을 활용하는 미국 레스토랑이 늘어나고 있다. 로봇은 식당 종업원의 업무를 도와줄 뿐만 아니라 매장 운영비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음식 나르고, 피자·햄버거 조리
페니는 마운틴뷰 인근 10여 곳의 식당에서 쓰이고 있다. 사람이 걷는 속도로 움직이며 한 번에 22㎏ 무게까지 음식을 나른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한국에서 선보인 배달로봇 ‘딜리’도 페니를 기반으로 베어로보틱스가 개발했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한국 미국 일본 등지에서 400만달러(약 44억8000만원) 정도의 초기 투자를 받았다”며 “페니는 사람의 조작이 전혀 없는 100% 자율주행 로봇”이라고 강조했다. 페니의 한 달 대여비는 대당 1500달러(약 168만원) 수준이다.
마운틴뷰에는 로봇이 만드는 피자 가게 ‘줌’도 있다. 줌 로봇은 1시간에 피자를 372판까지 찍어낼 수 있다. 사람은 피자 위에 토핑을 얹는 역할만 한다. 줌은 실리콘밸리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3억7500만달러(약 4200억원)에 이르는 투자도 이끌어냈다.
지난해 6월 샌프란시스코에 문을 연 ‘크리에이터’는 로봇 햄버거 가게다. ‘햄버거맨’이란 이름의 로봇이 350개 센서를 이용해 사람 도움 없이 재료 손질과 패티(고기) 굽기까지 한다. 피클, 양파, 치즈 등의 재료를 밀리미터(㎜) 단위 두께로 정확히 잘라 넣어준다. 햄버거 가격은 6달러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로봇이 설거지도 척척
음식 주문부터 조리, 설거지까지 로봇이 해결하는 레스토랑도 있다. 지난해 보스턴에 문을 연 패스트 레스토랑 ‘스파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에서는 손님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하면 로봇이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이후 알맞은 사이즈로 자른 뒤 냄비에 담는다. 냄비를 쥔 7개의 로봇팔은 일제히 오일을 두른 뒤 재료를 굽기 시작한다. 모든 음식이 조리돼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분 정도. 요리를 마치면 로봇이 냄비에 물을 뿌리며 설거지까지 한다.
브래디 나이트 스파이스 공동창업자는 “기존 식당은 직원들을 관리하기 어렵고, 손님들이 느끼는 팁 부담도 만만치 않다”며 “스파이스는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고 팁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식배달 시장도 로봇 활용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바퀴 6개를 단 자율주행 배달로봇으로 유명한 스타십테크놀로지스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시험주행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스앤드마켓스에 따르면 세계 ‘푸드 로봇’ 시장은 2017년 13억7000만달러(약 1조5340억원)에서 2022년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 푸드테크 전문지 더스푼은 “올해는 푸드 로봇이 본격 시장에 진출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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