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현대차 등과 합작
자본금 850억원 규모로 출발
20% 이상 싼 車보험 연내 출시
주행거리 따라 보험료 할인
펫·여행자 등 생활밀착상품 개발
시장 판도 바꾸기엔 미흡 분석도
[ 서정환/강경민 기자 ] 한화손해보험이 30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인터넷 손해보험사인 ‘인핏손해보험’(가칭) 설립 예비인가를 받았다. 손보업계 최초의 인터넷보험사다. 인핏손보는 자동차를 운행한 만큼만 자동차보험료를 내는 ‘개인별 특성화 자동차보험’을 연내 내놓을 예정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인핏손보가 ‘보험업계의 카뱅(카카오뱅크)’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은행권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온 ‘메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가 SK텔레콤·현대차와 합작
인핏손보 전에 온라인 손보는 있었다. 2003년 출범했던 다음다이렉트손보다. 하지만 이 회사는 텔레마케팅(TM)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만 주로 판매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는 인핏손보를 진정한 인터넷 손보 1호로 꼽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에선 교보생명이 2013년 설립한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최초 인터넷 생보사다.
인핏이란 이름은 보험의 인슈어(insure)와 꼭 맞는이란 뜻을 가진 핏(fit)이 결합돼 만들어졌다. 자본금 850억원의 인핏손보 최대주주는 한화손보(지분율 75.1%)다. SK텔레콤(9.9%) 현대자동차(5.1%) 안토스벤처(9.9%) 등도 주주로 참여했다. 한화손보는 작년 초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기존 보험시장의 틀을 깨는 새 보험사 설립을 추진해왔다. 여기에 SK텔레콤과 현대차를 주주로 영입했다. 한화손보는 올 상반기 인핏손보 설립 준비를 끝내고 이르면 연내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인핏손보는 보험과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간 융합을 이루는 국내 최초의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온라인 전업 보험사”라고 말했다. 한화손보는 인핏손보를 고객의 실생활 데이터와 ICT를 결합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디지털 혁신 보험사’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한화손보의 온라인(CM)채널은 인핏손보로 통합하기로 했다. 내부적으로는 설립 5년 내 흑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안전운전자 보험료 할인
인핏손보는 첫 번째 상품으로 고객의 주행거리, 운전습관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실제로 차량을 운행한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입 첫 달에는 기본보험료만 납부하고, ㎞당 20~30원 정도의 주행거리별 보험료를 추가로 내는 보험이다. 연간 자동차 운행거리가 5000㎞라면 보험료로 10만~15만원(중형차 기준)만 내면 된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일반적인 자동차보험에 비해 20% 이상 보험료가 저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핏손보는 ‘운전습관 분석’ 기술도 활용해 안전 운전을 하는 가입자에게는 현행보다 더 큰 폭으로 보험료를 깎아줄 계획이다. SK텔레콤, 현대차의 자동차 관련 인프라와 결합해 차별화된 보상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여행자보험, 펫보험, 반송보험 등 생활 밀착형 상품도 판매할 계획이다. 인핏손보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인핏손보가 설립 초기에는 자동차보험 등 1년 내의 단기보험을 주로 공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인핏손보 출범이 손보업계에 큰 자극이 될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성공의 관건은 ICT가 결합한 새로운 보험 상품을 얼마나 꾸준히 내놓을 수 있느냐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초기 투자나 마케팅 비용을 감안할 때 인핏손보의 자본금이 시장 판도를 바꾸기에는 작다는 지적도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설립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서정환/강경민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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