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날 설치 LG '롤러블 TV', 해외 출품위해 당일 밤 철거
● 네이버 로봇팔 '앰비덱스', 5G 안깔려 유선으로 조작
●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G', 전원 꺼진 채 관람객 맞아
美CES 삼성관보다 작은 공간…참여 기업도 35개社 불과
관람객 "혁신제품 적어 실망"
전자업계 "21일 연락받고 급하게 준비하는 바람에…"
[ 김주완/고재연 기자 ]
“돌돌 말리는 TV는 어디 있나요?”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이틀째 열린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 전시장. LG전자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들은 ‘롤러블 TV’부터 찾았다. LG전자가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 공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혁신제품이다.
웬걸, 이날 롤러블 TV는 보이지 않았다. 관람객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신문 지면과 방송 영상으로만 본 TV를 잔뜩 기대하고 찾은 이들의 표정엔 실망감이 가득했다. 개막일인 지난 29일 부스 중앙에 분명히 설치된 제품(1대)이었다. 하지만 다음달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19’ 출품을 위해 당일 밤 철거됐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전시회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시제품 관리가 빡빡하다”고 토로했다.
CES 참가 기업 중 10%만 참여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는 정부가 마련한 행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 주최했다. 31일까지 열린다. CES 2019에서 주목받은 국내 기업 제품을 국내 관람객에게도 선보이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급하게 추진돼 운영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촉박한 전시 준비기간과 좁은 공간이 가장 큰 문제다.
참여한 기업은 CES 참가 기업 중 10% 정도인 35개사에 불과했다. 열흘 만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통상 기업 전시기획팀 직원들은 제품이 지닌 가치를 적재적소에 구현해 내기 위해 몇 달 전부터 현지로 날아가 전시를 기획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지난 21일 첫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준비했다”며 “우리 기대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전시를 하게 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행사가 열리는 DDP 알림1관의 전체 면적은 2992㎡로, CES에서 삼성전자가 썼던 전시관(3368㎡) 하나보다 작다.
촉박한 일정에 혁신 사라진 제품
이런 사정으로 참여 기업들은 혁신제품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첫날 행사장을 찾아 직접 시연해 눈길을 끈 네이버의 로봇팔 ‘앰비덱스’가 그랬다. 앰비덱스는 5세대(5G) 이동통신을 활용해 원격조종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제품이다. CES 2019에서 ‘최고의 로봇’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한국판 CES’에서는 유선으로 조작해야 했다. 주최 측이 5G 통신망을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CES에서 장애물을 스스로 피해 관심을 끈 네이버의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G’는 전원이 꺼진 채 관람객을 맞이했다. 부스 공사기간이 짧아 관련 공간도 확보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부스에선 CES에서 공개한 이동형 로봇 ‘삼성봇 케어’를 볼 수 없었다. LG전자의 근력 보조로봇 ‘클로이 수트봇’은 좁은 공간 탓에 시연은 못 하고 전시만 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유진로봇의 처지도 비슷했다. CES에서 선보인 자율주행 물류배송 로봇 ‘고카트’는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제품 없이 모니터 몇 대만 가져다 놓은 벤처기업 부스도 있었다. 전기차 충전기를 생산하는 대영채비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대영채비 관계자는 “CES 2019에서 전시한 제품은 배를 타고 한국으로 오는 중”이라며 “급한 김에 공장에 있는 납품 예정 제품을 가져다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관람객은 불만을 터뜨렸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박성진 씨는 “급히 마련한 행사라 그런지 한글 소개 자료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어린 자녀 둘과 행사장을 찾은 고성민 씨는 “생각보다 전시 규모가 작아 놀랐다”고 말했다.
직장인 윤상진 씨는 “일부 중소기업 제품은 B2B(기업 간 거래) 제품에 가까운데 굳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시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주완/고재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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