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도지사 '이례적' 판결 결정타는?
박지원 "김경수 법정구속은 가혹"
민주당, 김경수 법정구속에 분노
"적폐세력의 보복판결" 주장
법조인들 "재판농단 주장 무리한 해석"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공모한 혐의로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심에서 징역 2년의 법정구속을 당했다.
30일 앞서 열린 드루킹 김동원 씨 재판에서 중형이 내려지면서 예상은 됐지만 막상 열린 김 지사가 1심에서 실형은 물론 법정 구속이 진행되자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현직 도지사가 법정구속된 것은 사실상 처음있는 일로 상당히 이례적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도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성완종 회장 관련해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받은 적이 있지만 현직 도지사임을 감안해 구속이 되지는 않았다. 이어 2심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김 지사가 법정 구속이 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일단 범행이 이뤄진 시기에 국회의원이었다는 점이 감안됐다는 평가다.
여론 조작 등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이 직접적으로 가담했다는 정황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드러나면서 실형을 면치 못했고 끝까지 이런 사실에 부인한다는 점 때문에 법정구속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
게다가 드루킹과의 형평성도 고려가 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재판부는 여론 조작 주범인 드루킹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 지사는 구치소로 향하면서 입장문을 내고 "특검의 물증 없는 주장과 드루킹 일당의 거짓 자백에 의존한 유죄 판결은 이해도, 납득도 하기 어렵다"면서 "재판장이 양승태 대법원장과 특수관계인 것이 이번 재판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주변에서 우려했다. 그럼에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진실이 있는데 설마 그럴까 했는데 우려가 재판 결과 현실로 드러났다"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의 법정구속과 이같은 입장표명에 대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특수관계를 알았다면 재판부에 대한 제척 및 기피 신청을 진작 생각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31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337만의 경남도민 및 도정을 생각할 때 현직 지사를 법정구속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여의도에서는 양승태 사법부, 김명수 사법부 두 개의 사법부가 있는데 이 두 사법부가 알력을 한다는 말이 있다"며 "어떤 재판부에 걸리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이 나온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지사에 대한 전날 1심 실형 선고와 법정구속을 적폐 세력의 보복 판결로 규정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은 합리적 법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판결이었다"며 "법과 양심에 따라야 할 판결이 보신과 보복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양승태 적폐 사단이 벌이는 재판 농단을 빌미 삼아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고, 나아가 온 국민이 촛불로 이룬 탄핵과 대선 결과를 부정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김 지사 법정구속을 지켜본 법조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배승희 로앤피플 대표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는 피의자가 끝까지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부인하는 태도 또한 일반적으로 양형에 참작된다"라면서 "공범 드루킹에게 3년 6개월 실형이 선고된 것에 비하면 김 지사에 대한 2년 형량은 매우 낮은 것이다"라고 밝혔다.
배 변호사는 "민주당 내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서영교 의원은 법사위 소속이면서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재판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라며 "자기반성없이 사법부의 판단을 적폐로 몰아가는 모습은 자가당착이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형을 선고하면 사법정의고 민주당 소속 의원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면 적폐'라는 기준을 세운 민주당이 오히려 사법적폐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경우건 재판 과정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그 재판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된 정치권 모습이다"라고 덧붙였다.
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김 지사의 사회적 위상이나 지위에 비춰봤을 때, 유죄판결만 나오고 불구속으로 사건이 진행되면 주변인들에 대한 회유나 여론몰이 등을 통해 증거인멸 및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서 이같은 판결이 나왔다고 여겨진다"라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6년이나 대법원장을 지냈고 그 밑에서 수 백 명이 판사임명장을 받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는데, 양승태 사단의 법정농단이라 주장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다"라고 꼬집었다.
김 지사 측은 1심 선고 후 즉각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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