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한달전 인수참여 결정"
국내자본 중심 컨소시엄 구성
"국내 우수 게임인력 유출 방지"
방준혁 의장 의중 크게 반영
카카오와 연대 가능성도
칼라일·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들도 넥슨 인수 관심
[ 김주완 기자 ]
국내 게임업체 2위인 넷마블이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다. 1위 넥슨을 인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나선 업체는 넷마블이 처음이다. 한국 게임업계의 주요 ‘자산’을 지켜야 한다는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 넷마블의 참여 선언으로 넥슨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 달 전 인수 결정”
넷마블 관계자는 31일 “두 달 전부터 넥슨 인수를 검토했고, 한 달 전에 최종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회사) 대표가 지난해 넥슨 매각을 결심하고, 넷마블 등 국내외 관련 업체에 넥슨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은 2017년 국내 1위 게임업체로 올라섰다가 지난해에는 실적 악화로 1위 자리를 넥슨에 다시 내준 것으로 추정된다.
넷마블이 넥슨 인수전에 나서면서 밝힌 이유는 넥슨이 보유한 뛰어난 게임 개발 인력과 게임 지식재산권(IP) 유출 방지다. 넥슨의 몸값은 최고 10조원에 달해 국내 업체가 사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넷마블은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 게임산업의 주요 자산이어서 해외 매각 시 대한민국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인수 참여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인수전 참여 결정에는 방 의장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방 의장은 한국 게임업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저울질하던 넷마블이 2017년 국내에 기업공개(IPO)한 것도 돈만 좇으려고 하지 않아서였다. 나스닥에 상장하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었지만 한국 기업으로서 국내에 기여해야 한다는 그의 의중이 반영됐다.
넷마블 자금 여력이 관건
카카오가 넥슨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넥슨이 해외에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넥슨 인수전 참여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한때 국내 1위 게임업체였던 한게임(현 NHN엔터테인먼트)을 창업하는 등 국내 게임업계 성장을 이끌었다.
넷마블이 넥슨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넷마블의 주력은 모바일 게임이다. 다른 대형 게임업체와 달리 모바일 플랫폼에 집중해 2017년 국내 1위 게임업체에 올랐다. 넥슨의 주요 게임 수입은 PC 플랫폼에서 나온다. 중국에서 매년 1조원 이상 수익을 내고 있는 ‘던전앤파이터’가 대표적이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2년 동안 한국 게임의 판호(게임 영업 허가증)를 막아 넷마블의 중국 진출이 막혔는데 넥슨을 통해 해외 시장도 다각화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넷마블의 자금 여력으로는 홀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없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넷마블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6500억원 정도다. 넷마블 관계자는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선 국내 투자업체·관련업체 등과 손잡고 넥슨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중국 게임업체인 텐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텐센트는 넷마블 지분 17.7%를 가진 3대 주주다. 카카오 지분 6.7%도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를 유통하는 텐센트는 넥슨에 연간 1조원 이상의 로열티를 주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는 자금력이 충분하지만 국부를 유출했다는 중국 정부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김정주 대표도 해외에 회사를 팔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텐센트와 손잡은 국내 업체에 회사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와 손잡을까
일각에서는 넷마블과 카카오가 컨소시엄을 함께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방 의장과 김 의장 모두 ‘흙수저’ 출신으로 게임업계 창업 1세대다. 둘은 종종 만나 교류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가 인수전에 함께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며 “만약 그랬다면 두 의장 사이를 감안해 인수전 참여 사실을 함께 밝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사모펀드(PEF)들도 넥슨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KKR·TPG 외에 칼라일, MBK파트너스 등이 인수전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KR·TPG·칼라일은 블랙스톤과 함께 세계 4대 PEF다. MBK파트너스는 칼라일 출신인 김병주 회장이 설립한 아시아 최대 PEF다.
전략적 투자자(SI) 가운데서는 미국 게임회사인 액티비전블리자드, 일렉트로닉아츠(EA)와 월트디즈니 등이 거론된다. KKR·TPG·칼라일 등 미국계 사모펀드가 중국 텐센트의 자금력에 맞서 미국 게임회사들과 합종연횡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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