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인도 공략 적극 나설 듯
[ 김형규 기자 ] 유럽연합(EU)이 회원국의 5세대(5G)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해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이 화웨이 장비 사용을 사실상 제한한 데 이어 EU가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동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 집행위는 화웨이 장비에 도청 및 정보 유출이 가능한 이른바 백도어 장치가 포함됐을 것을 우려해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2016년 EU가 도입한 사이버보안법을 개정하거나 통신장비 조달 방식을 바꿀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버보안법은 중요 인프라 사업에 간첩 행위가 우려되는 국가와 기업의 장비를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요 인프라 항목에 5G 네트워크를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안보 문제를 지적하는 서방 국가가 늘면서 EU도 태도를 바꿨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27%(2017년 기준)로 EU가 보이콧에 나서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 개정은 1년 가까이 걸릴 전망이지만 개정 움직임만으로도 EU 회원국들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유럽에서도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이 독자적으로 화웨이 장비 배제를 검토해왔다. 세계 2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보다폰은 지난 25일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5G 장비 실험에 노키아, 삼성전자, 에릭슨과 함께 화웨이를 초청했다. 지난해 9월 화웨이와 ZTE를 5G 파트너 기업 명단에서 제외해 화웨이 보이콧에 참여한 것으로 보였으나 3개월 만에 태도를 바꿨다. CNBC는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가격 경쟁력이 있는 화웨이 장비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화웨이의 유일한 안식처는 인도”라고 전했다. 화웨이 장비는 삼성전자와 노키아 등 경쟁사에 비해 최대 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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