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천당 아래 분당'…거래 꽁꽁 집값 뚝

입력 2019-01-31 17:35  

지난해 여름 상승분 반납

-0.37%…경기권 하락률 1위
10월말 이후 14주 연속 하락
백현·이매동 최고 1억원 '뚝'

지난달 거래량 55건 그쳐
작년 1월 보다 95% 급감



[ 양길성 기자 ]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불리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거래가 얼어붙고 일부 단지 매매가격은 지난해 기록한 최고가 대비 1억원 떨어졌다.

14주 연속 하락세

3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분당구 아파트값(28일 기준)은 전주 대비 0.37% 하락했다. 경기권에서 가장 큰 내림폭이다. 하락세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시행 한 달 뒤인 10월 5주째부터 이어졌다. 14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 한 해 동안 12.73%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요 단지도 작년 여름 집값 상승분을 속속 반납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백현동, 이매동 일대는 최고 1억원 낮은 가격에 실거래됐다. 백현동 ‘판교알파리움2단지’(전용 129㎡)는 1월 16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0월 찍은 최고가(17억6000만원)보다 1억원 낮아졌다. 지난해 8월 7억9000만원에 거래된 이매동 ‘아름4단지 두산삼호’(전용 84㎡)는 지난해 12월 7억1300만원에 실거래됐다. 백현동 A공인 관계자는 “작년 10월을 기점으로 매수 문의 전화가 1주일에 서너 건밖에 안 올 정도로 부동산이 한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분당 집값을 견인하던 서현동·정자동·수내동 등도 마찬가지다. 수내동 ‘푸른벽산’ 전용 131㎡는 지난해 10월 최고가(11억2000만원)를 찍은 뒤 올 1월 10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9억7000만원에 거래된 이 단지 전용 84㎡는 8억1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와 있다. 지난해 9월 10억1000만원에 거래된 정자동 ‘아이파크분당2단지’(전용 84㎡)는 12월 9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10억원 클럽’ 자리를 내줬다.

리모델링 시범사업지로 선정돼 기대를 모은 단지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탑동 ‘매화마을1단지’ 전용 58㎡는 9월 최고가(5억9900만원)를 찍은 뒤 12월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정자동 ‘느티마을3단지’는 9월 이후 거래가 끊겼다. 이 단지 전용 66㎡는 8월 기록한 최고가(9억원)보다 7000만원 낮은 8억3000만원에 급매로 나와 있다. 정자동 J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최근 거래가보다 수천만원을 더 받으려 하고 매수자는 그보다 낮은 가격에 사려 하다 보니 거래가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거래 95% 급감 “한파 당분간 계속”

거래도 꽁꽁 얼어붙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분당구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31일 현재 55건에 그쳤다. 전년 동월(1092건)과 비교하면 5% 수준이다. 주택거래 신고일이 계약 후 60일 이내라는 점을 감안해도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8월 1536건 이뤄진 뒤 9월(426건)부터 감소세를 띠고 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수자 매도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면서 거래가 급감하고 하락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9·13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줄면서 분당 아파트값이 조정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한다. 9·13 대책 이후 집이 한 채라도 있으면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팀장은 “대출 규제로 자금줄이 막힌 상황이어서 집값 조정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세가 컸던 지역은 하락세도 가파를 수밖에 없다”며 “분당은 최근 3년간 집값이 꾸준히 오른 데다 정부 규제로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아 당분간 집값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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