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 패러다임 바꾸는 면역항암제…탈모·구토 등 부작용 적고 생존율 높여

입력 2019-02-01 15:34  

김상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30분마다 1명 폐암으로 숨져
말기폐암 5년생존율 6.1% 불과

면역관문억제제 투여하니
1상임상 참가 15% 5년넘게 생존



[ 이지현 기자 ] “면역관문억제제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항암제 치료를 한 뒤에만 썼지만 이제는 방사선 치료를 한 뒤, 수술한 뒤, 수술 전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까지 진행될 정도죠. 면역관문억제제가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김상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사진)는 “과거 폐암 환자 완치를 위한 방법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밖에 없었지만 최근에는 면역관문억제제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면역관문억제제가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1상 임상시험 참가자 15%는 5년 넘게 생존했다”며 “암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획기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항암제 등을 활용해 폐암과 신경계·뇌암 환자 등을 치료한다. 매주 환자 4명을 15분씩 진료하는 심층 진료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1시간 동안 4명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시간에 쫓기지 않고 환자가 원하는 내용에 충분히 답변해줄 수 있어서 좋다”며 “심층 진료가 좀 더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암세포가 생기면 면역세포는 이를 돌연변이로 인식해 공격한다. 암세포는 이를 피하기 위해 신호체계를 바꿔 면역세포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 면역세포가 제 기능을 못하는 이유다. 면역항암제로 불리는 면역관문억제제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신호체계를 차단한다. 다시 암세포를 공격하게 되는 원리다. 면역관문억제제는 PD-L1이라는 바이오마커 발현율이 높은 환자들에게 쓸 수 있다. 암세포 신호체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국내에서는 폐암 환자 치료에 많이 활용된다. 항암 치료단계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폐암 환자는 한 해 2만3000명 정도다. 이 중 1만8000명이 사망한다. 매일 49명, 30분에 한 명이 폐암으로 목숨을 잃는다. 국내 폐암 환자 5년 상대 생존율은 27.6%다. 암 없는 사람이 100% 산다고 가정했을 때 생존율이다. 전체 암 환자 상대 생존율이 70.6%인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대부분 말기에 발견되기 때문이다. 폐암 환자의 50~70%는 수술할 수 없는 진행성 폐암 환자다. 이들의 5년 상대 생존율은 6.1%로 상당히 낮다.

진행성 폐암 환자는 항암제 치료를 주로 받는다. 화학 항암제로 불리는 백금계 항암제가 기본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세포를 공격한다. 탈모 구토 등 부작용이 심하다. EGFR이나 ALK 유전자 돌연변이가 나온 환자들에게 표적항암제를 쓴다. 암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지만 오래 쓰면 내성이 생겨 약효가 떨어진다. 면역관문억제제는 부작용이 적고 치료 반응도 오래 지속된다. PD-L1 단백질이 일정 수준 이상 나온 환자들에게 쓸 수 있다. 표적항암제 내성이 생긴 환자도 쓸 수 있다.

과거에는 EGFR이나 ALK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어도 화학항암제를 쓴 뒤에만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었다. 2017년 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의 허가 사항이 바뀌어 화학항암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쓸 수 있다. 1차 치료부터 쓰면 생존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키트루다를 투여한 환자의 생존 기간 중앙값은 30개월이었지만 화학항암제를 쓴 뒤 투여한 환자 생존 기간은 14.2개월이었다. 다만 1차 치료로 쓸 때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김 교수는 “폐암 환자는 중간 연령이 65세로 고령환자가 많다”며 “백금계 항암제를 써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고령일수록 체력이 떨어져 백금계 항암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자가 많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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