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선' 뛰어든 이해찬 대표
"대통령 수사 촉구 용납못해"
'망동' 등 격한 표현 쓰며 대선불복 프레임에 정면 대응
전선 넓히는 한국당
"재판 불복" 靑·與 공격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강력 비판
'대선 불복' 논란에는 선긋기
바른미래 "與, 헌법질서 부정"
[ 김형호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대선 불복 망동’이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경수 경남지사 재판 이후 이틀 만에 내놓은 공식 반응이 제1야당을 겨냥한 작심 발언인 셈이다. 여야 대치전선이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직접 최전선에 뛰어들며 ‘정치 실종’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탄력근로제 확대 등의 핵심 법안까지 정치 격랑에 떠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을 겨냥해 “탄핵당한 세력이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향해 대선 불복을 거론하는 망동에 대해 엄중 경고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당대표를 맡은 이래 한국당을 겨냥한 가장 강도 높은 비판이다. 김 지사 구속을 계기로 한국당 일각에서 ‘대선 불복’까지 거론하자 직접 ‘참전’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다.
이 대표는 “한국당이 어제 청와대 앞 시위에서 대통령 수사를 촉구한 행동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또 “김 지사 재판을 갖고 대선 불복 망동을 하는데 정당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한국당에 쓴소리를 안 했지만 어제 행동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여상규 의원 등 일부 한국당 의원은 전날 청와대 앞 항의 시위 과정에서 대선 불복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을 주장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국당의 비판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당대표가 강력 대응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청와대와 민주당, 김명수 대법원장까지 싸잡아 비판하며 전선을 넓혀갔다. 민주당이 이번 판결을 ‘적폐세력의 보복 판결’로 규정한 데 대해서는 ‘재판 불복’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재판 불복을 넘어 헌법 불복”이라며 “그동안 대한민국을 만들어 온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다. 2심을 뒤집기 위해 사법부를 압박하고 그렇게 해서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 내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도 이어갔다. 나 원내대표는 “댓글 조작으로 최대 혜택을 받은 사람은 문 대통령”이라며 “문 대통령은 김 지사로부터 보고를 받아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말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역풍을 우려해 ‘대선 불복’ 논란에는 선을 그었다. 나 원내대표는 “대선 불복 프레임이 아니고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적절한 직무를 수행했는지, 서울경찰청이 제대로 수사했는지, 이런 부분을 조사하고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한국당 대변인은 민주당 이 대표의 비판 발언에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망동에 대한 반성부터 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도 ‘대선 불복’ 논란에는 거리를 두면서도 철저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지난 대선이 여론 조작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법에 의해 밝혀졌다”며 “우리는 지금 대선 무효를 주장하지는 않겠으나, 사실은 사실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이번 판결을 ‘양승태 사단의 조직적 저항’이라고 규정한 민주당 태도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는 “놀라운 것은 김 지사 본인과 집권 여당이 사법부 판결을 부정하고 사법부를 마치 적폐 청산의 대상인 것처럼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태도는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대단히 잘못된 일로, 해당 판사 탄핵을 고려해야 한다며 재판 불복까지 사실상 선언한 것은 여당이 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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