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없으면 승산 없어
[ 김익환 기자 ]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결정한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와 연대할지 주목된다. KCGI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압박하는 등 국민연금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KCGI는 지난달 31일 한진칼에 감사 1인과 사외이사 2인을 선임하라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했다. 감사는 김칠규 이촌회계법인 회계사, 사외이사로는 조재호 서울대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를 추천했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조현덕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와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등 현 한진칼 사외이사의 연임에 반대한 것이다.
이들은 조 회장과 긴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KCGI는 역시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석태수 한진칼 사장의 사내이사직 연임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석 사장도 조 회장의 측근 인사다.
KCGI가 국민연금과 주총에서 연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위원회를 열어 KCGI의 주주제안에 대해 찬반 표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CGI는 현재 한진칼 지분 10.71%를 확보했지만 지분 7.34%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관철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국민연금은 표면적으로는 독자적인 판단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열린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KCGI 제안을 확인했지만 국민연금은 독자적으로 행동하기로 했다”며 “KCGI 안에 (무조건)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항공 노동조합도 이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피케팅 시위를 통해 “(국민연금이) 노동자를 불안하게 하는 KCGI를 돕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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