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확정 땐 이사직 배제
기금委, 정관변경 주주제안 결정
대한항공엔 의결권만 행사키로
[ 유창재/김대훈 기자 ]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해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횡령·배임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사람은 3년 동안 이사직을 맡을 수 없다는 내용의 정관변경안을 다음달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국내 증시에서 124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를 도입한 뒤 민간 기업에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첫 사례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1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한진칼에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기로 의결했다. 27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다.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진칼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되 경영참여는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정관변경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정관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3분의 1에 육박하는 28.7%다.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관변경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상징적 조치로 보이지만 국민연금이 다른 기업에도 언제든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국내 상장사는 290여 개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에 대해선 ‘10%룰’을 고려해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10%룰이란 회사 지분을 10% 이상 가진 투자자가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면 6개월 안에 거두는 단기 매매 차익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11.56%다. 기금위 관계자는 “대한항공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는 등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은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김대훈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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