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상 지식사회부 법조팀 기자) 매년 이 맘때는 법원과 검찰의 인사가 있습니다. 조직이 요동치는 시기지요. 검찰이나 법원에도 나름의 요직이 있습니다. 소위 ‘엘리트 법조인 코스’가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동안 법원과 검찰에는 어떤 출세길이 있었는지, 이들의 출세방정식을 낱낱이 밝혀보고자 합니다.
우선 검찰을 볼까요. 검사들은 2년마다 인사가 납니다. 그 2년 주기를 일컬어 ‘1학년’이라고 합니다. 가령 6년차 검사면 3학년이 되는 것이지요. 대부분 검사들은 지방 근무로 시작해 3~4학년(6~8년차)에 ‘서울 입성’을 합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출세길’을 살펴볼까요. 문 총장은 대구지검 검사로 검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전주지검 남원지청 검사를 거쳐 ‘3학년’때 서울지검 검사로 자리를 잡습니다. 이후 인천·광주지검 검사를 거쳐 ‘6학년’때 서울지검 부부장검사로 승진합니다.
승진 타이밍에 서울로 입성했다는 건 그만큼 인정받는 검사였다는 의미지요. 이후 제주지검 부장검사로 다시 승진한 문 총장은 다음 인사 때 바로 대검에 입성합니다. 이후 수원·인천지검에서 차장검사를 한 뒤 광주고검 검사를 거쳐 대검 선임연구관이 되지요. 그리고 부산지검 제1차장검사→광주고검 차장검사→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을 역임합니다. 그리고 ‘검사의 꽃’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서울서부지검에 발령을 받습니다. 대전지검 검사장→부산고검 검사장까지 거친 문 총장은 결국 검찰총장에 올랐습니다.
전·현직 검찰들은 검찰 출세길 중 ‘서울중앙지검 근무, 법무부, 대검’ 이 세 가지를 출세의 중요한 요소라고 꼽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주요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는 곳이기 때문이죠. 대검은 검찰의 중심인만큼 꼭 거쳐야 하는 자리입니다. 법무부도 마찬가지지요. 문 총장도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 대검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3~4학년’때 서울에 입성해 어떤 선배 검사 밑에서 일하느냐가 검사 생활을 좌우한다고들 합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기존의 인사 원칙을 바꾸고 정기 인사를 단행했는데요. 수도권에서 연속 3회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출세길’을 다양화한다는 취지겠지요.
‘검사의 꽃’ 검사장을 달고, 검찰총장에 오르는 건 단순히 출세길만 따른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닙니다. 특수통과 공안통 등 자신이 주로 수사해온 분야마다 출세길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안통이 잘 나갔고, 이번 정부에서는 특수통이 대세입니다.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공안통 출신 변호사의 근무지를 살펴볼까요.
수원→부산→서울→대구→대전 지청장→대검→남부지검 부장검사→대검→서울중앙지검→부산고검→서울고검→대구고검 차장→대검 기획조정부장→서울남부지검 검사장→광주고검 검사장.
보시다시피 3학년 때 서울로 입성한 뒤 대검 주요 보직을 거쳤습니다. 문 총장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엘리트 코스’지요. 결국 코스에 따라 순항하더라도 어느정도 윗선으로 올라가면 ‘정권’을 잘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법원의 출세길은 어떨까요. 법원 역시 서울 지역 근무가 중요합니다. 검찰에 대검이 있다면 법원에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근무지를 살펴볼까요.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복을 입은 양 전 대법원장은 대부분의 임기를 서울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의 화려한 법원 경력을 먼저 보시지요.
서울민사지법→서울형사지법→서울민사지법→서울지법 영등포지원→대구지법→서울지법 남부지원→서울고법→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제주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교수→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부산고법 부장판사→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장→서울고법 부장판사→서울지법 수석부장판사→서울고법 부장판사→서울지법 북부지원장→부산지법원장→법원행정처 차장→특허법원장→대법원 대법관→대법원장.
법원행정처와 주요 법원을 오가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입니다. 지방에서 주로 대부분 근무를 이어가는 요즘 젊은 법관들이 보면 놀랄 만한 기록이지요. 단순히 어느 법원서 일하느냐 뿐 아니라 ‘영장판사’ 등 각 법원 내 역할도 중요합니다. 가령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는 요즘 가장 떠오르는 요직으로 꼽히지요. 주요 구속 영장실질심사가 중앙지법에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잘 나가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법원 내 동기 기수 중에는 전임 대법원장 시절 잘 나갔던 동기들을 시기 질투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합니다. ‘양승태 키즈’등의 용어도 다 그런 시기질투 때문에 나온 용어라는 겁니다.
얼마 전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법정구속한 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뤄진 과도한 비판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승태 비서실’에 근무했다는 이력만으로 잘못된 재판이라고 억지연결을 하는 것이지요. 잘 나가도, 못 나가도 피곤한 게 인사인 듯 합니다. (끝) /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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