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지폐 인쇄를 담당하는 인쇄국에 올해 1만엔(약 10만2745원)권 지폐를 10억매(10조엔) 발주했다고 합니다. 이는 2004년 이래 신규 발행 규모가 가장 적은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해에 비해선 발행규모가 2억매 감소했습니다.
오랫동안 일본이 ‘현금 왕국’으로 불렸지만 최근 몇 년 새 빠른 속도로 신용카드 등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신권 발행 감소로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신용카드 이용이 확대되면서 1만엔권 지폐 사용 빈도가 줄어 손상된 지폐가 줄면서 새로 지폐를 발행할 요인이 줄었다는 분석입니다. 통상 일본은행은 4~5년에 한번 꼴로 오래 쓴 1만엔권을 모아 폐기하고 새로 발행하는데, 지폐의 손상이 줄면 새로 발행하는 물량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실제 일본 은행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가계의 금융 행동에 관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1만엔 이상 5만엔 이하(약 10~50만원) 쇼핑에서 현금으로 지불한다는 비중이 2017년부터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2017년부터 신용카드 이용률이 오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부유층들이 집에 보관하고 있는 소위 ’장롱 예금‘도 신권발행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장롱 예금이 늘면서 사용하지 않는 지폐가 늘어 새로 지폐를 발행할 수요를 떨어뜨렸다는 것입니다.
설을 맞아 세뱃돈을 빳빳한 신권으로 마련하신 분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발행된 5만원권 중 절반가량이 은행으로 돌아오는데, 과거보다 회수율이 높아진 이유로 디지털 결제의 확산에 따라 5만원권 사용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 적이 있는데요. 신권의 운명과 관련해서 한국과 일본의 동향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때마침 한국에서도 세뱃돈 수요 등으로 신권 수요가 많이 늘어난 시점에 일본에서도 신권 발행과 관련한 눈길을 끄는 기사가 나와 간략히 소개해 봤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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