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일자리 경쟁 심화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퀘이크봇'은 지진을 감지, 위치와 기록 등을 분석해 스스로 기사를 쓴다. 인공지능(AI)이 기사 작성에 활용된 사례다. 수치와 빠른 송고가 중요한 간단한 기사의 경우 AI가 사람을 능가했다는 얘기다.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한 대형 로펌(법무법인)은 '로스'라는 이름의 AI 변호사를 채용하는가 하면 미국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AI 기기 '컴퍼스' 분석을 인용해 피의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국내 병원에도 도입된 의료용 AI '왓슨'까지 이른바 전문직 영역마저 AI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해외 얼리어답터만의 일이 아니다. 이처럼 AI 기반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사례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키오스크(무인기기)가 대표적이다. 음식 주문과 결제가 키오스크에서 이뤄진다. 전국에 1350개 매장을 보유한 롯데리아는 61%에 해당하는 825개점에서 키오스크를 운영 중이다. KFC는 196개 매장 중 특수매장을 제외한 전 매장에 키오스크를 도입했고 버거킹은 67%, 맥도날드도 50% 이상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도 대부분 자동화됐다. 2000년대 중반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유인 매표창구는 지금은 모두 무인으로 전환됐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완전히 일상으로 녹아들었다.
운행까지 자동화된다. 지난해 6월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8호선에서 전자동운전(DTO) 시험운행을 했다. DTO는 비상 상황을 대비해 기관사가 탑승하지만, 전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시스템이다.
서울지하철 5~8호선 전동차는 제작 당시부터 전자동운전이 가능하게 설계됐다. 인천 2호선, 신분당선, 우이신설선 등 설계 단계부터 무인운전이 도입돼 운행 중인 곳도 있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지난 2013년 서울시가 의뢰한 컨설팅에서 완전 무인운전 방식인 UTO 시스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자율주행택시도 등장했다. 구글 웨이모는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운전자가 제어하지 않는 자율주행택시 ‘웨이모 원’을 운영하고 있다. 만약을 대비해 운전자가 탑승하지만 운전은 AI가 하며 400명의 제한된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기업들도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나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2021년에는 자율주행 친환경 로봇택시 시범운영으로 독자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글로벌 최대가전전시회 CES 2019에서 국내외 기업들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과 경쟁하는 자율주행차를 국내에서도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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