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비싸도 편해"…프리미엄택시 '가속페달'

입력 2019-02-06 16:55  

카카오T 블랙 서비스 인기
서울역~광화문 1만원 요금에도 "쾌적하고 친절" 이용객 급증세
3개월 내 재이용률 75% 달해

승차공유 접었던 우버도 진출
외국인 전용 택시호출 서비스
이용요금 20% 비싸게 내놔

택시 스타트업 창업도 활발
반려동물 태우는 펫 택시 인기
여성 전용 택시 서비스도 예정



[ 임현우 기자 ] “서울역에서 광화문까지만 가도 1만원이 훌쩍 넘는데…, 이게 잘될까?”

카카오가 ‘카카오T 블랙’을 출시한 2015년 11월, 회사 안팎에서는 이런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카카오T 블랙은 현행법상 모범택시보다 한 단계 높은 고급 택시를 호출하는 서비스다. K9을 비롯한 널찍한 차에 베테랑 기사가 배치돼 친절하고 쾌적하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다만 기본료 5000원에 시간·거리당 요금은 일반 중형 택시보다 2.5배 가파르게 올라간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탑승객 72만 명, 이용 횟수 152만 건을 넘겼다. 첫 달 1만 건 수준이던 월간 운행 실적이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최근 8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소수 기업고객에 한정됐던 고급 택시 수요가 개인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택시, 소리 없는 질주

정보기술(IT)기업들이 개발한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택시 시장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카카오에 이어 우버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반려동물 전용’ ‘여성 전용’ 택시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요금이 비싸도 서비스만 좋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고 있음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택시산업 전반에 여러 시사점을 준다”고 지적했다.

우버코리아는 지난달 28일 택시업체 KST모빌리티와 손잡고 우버 앱에 ‘인터내셔널 택시’ 호출 기능을 도입했다. 인터내셔널 택시는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전용 택시로, 외국어에 능통한 기사가 배치된 대신 요금이 20% 비싸다. 우버는 2015년 국내 승차공유사업을 접은 이후 한동안 택시 쪽과는 거리를 둬왔다. 이번 제휴를 계기로 우버가 다시 한국 사업 확장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는 블랙 택시가 좋은 반응을 얻자 지난달 24일 더 비싼 상품을 내놨다. 출발 시간과 장소를 미리 지정하는 예약서비스를 추가했는데, 30분당 2만5000원을 받는다.

황선영 카카오모빌리티 팀장은 “카카오T 블랙은 두 번 이상 타면 3개월 안에 재이용하는 비율이 75%에 달할 만큼 고정 이용자층이 탄탄하다”고 말했다.

“여성 승객도 안심하고 타세요”

반려동물 전용 시트와 안전벨트, 배변 패드 등을 갖춘 펫(pet) 택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수십 곳의 펫 택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생겨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2016년 창업한 국내 1호 펫 택시 펫미업은 운행 실적이 2만 건을 넘어섰다. 펫미업 기본료는 8000원, 거리당 추가 요금(142m당 100원)은 일반 택시와 같다. 박나라 펫미업 대표는 “이용자의 95%가 여성”이라며 “앱으로 출발 시간, 출발지, 목적지를 입력하면 간편하게 배차가 이뤄진다”고 소개했다.

신생 택시업체 타고솔루션즈는 올 1분기 승차 거부를 원천 차단한 ‘즉시 배차 택시’와 여성 기사가 운행하는 ‘여성 전용 택시’를 내놓기로 하고 서울시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서비스를 고급화한 대신 미터기 요금 외에 2000~5000원 정도를 더 받을 계획이다. 카카오와 제휴를 맺어 차량 호출, 배차, 교통량 분석 등에서 IT 노하우를 지원받기로 했다.

아침엔 부촌, 저녁엔 오피스촌에서 인기

승객들이 프리미엄 택시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카카오가 블랙 출발지를 분석한 결과 출근시간대에는 서울 반포·도곡·옥수동 등 부촌(富村), 퇴근시간대엔 광화문 을지로 강남 등의 대형 사무용 빌딩, 심야엔 이태원 등 유흥가가 제일 많았다. ‘품격 높은 택시’를 원하는 개인과 기업은 물론 승차 거부를 견디다 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급 택시를 잡는 수요까지 뒤섞여 있는 셈이다.

카카오는 “대학 입시날에는 수험생 자녀를 태워주려는 부모들의 호출이 폭증한다”며 “기업들이 임직원 행사 때 수백 대씩 예약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IT기업들이 이 시장에 관심을 두는 데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모호한 법조항 탓에 택시업계와 마찰이 극심해진 카풀과 달리 프리미엄 택시는 불법 논란의 소지가 전혀 없다. 택시단체들도 택시 서비스의 다양화·고급화가 필요하다는 점엔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한 교통 스타트업 대표는 “양측이 프리미엄 택시 영역에서 협력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것도 사회적 대타협으로 가는 좋은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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